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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스핀닥터’의 새 기술/김이택

등록 2017-01-16 17:58수정 2017-01-17 09:20

1996년 러시아 대선 당시 미국의 선거전문가들이 보리스 옐친의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옐친 딸과 협력해 경쟁자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를 공격하는 정치광고를 만들어 티브이와 라디오로 내보냈다. 스탈린의 잔혹함을 기록한 필름도 활용하며 주가노프가 승리하면 계획경제와 공포의 시대가 돌아온다는 메시지로 유권자의 두려움을 자극했다.(<스핀닥터, 민주주의를 전복하는 기업권력의 언론플레이>)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책사 딕 모리스가 이들과 클린턴 사이의 연락책을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들은 사실을 비트는 왜곡과 과장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정치컨설턴트보다 스핀닥터에 가까웠다.

야구에서 공에 회전을 주어 타자를 속이는 데서 유래한 스핀 개념이 정치권으로 넘어가 스핀닥터가 됐다. 1984년 미국 <뉴욕 타임스>, 영국에선 1987년 <가디언>이 처음 사용했다.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려 여론 조작을 시도한 조지 부시 백악관의 칼 로브 등이 손꼽힌다.

위기에 몰렸을 때 다른 큰 이슈를 터뜨려 피해가거나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으로 대중을 헷갈리게 하는 것도 스핀닥터들의 고전적 수법이다. 최근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관저근무나 노무현 관저근무나 뭐가 다르냐’, ‘블랙리스트나 지원리스트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도 그런 냄새가 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한 ‘봉쇄소송’도 활용된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아버지 친일행적 보도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더니 최근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만달러 수수설을 보도한 언론사를 중재위에 걸었다. 중재가 성립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가는데 대선이 끝나도 확정되기 어렵다. 형사고소하면 금방 수사로 진위가 가려질 것을 굳이 민사로 가는 건 언론의 검증을 피하기 위한 스핀닥터의 새로운 기술인 모양이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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