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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중국에서 바라보는 한-일 ‘소녀상 갈등’ / 리팅팅

등록 2017-01-16 18:20수정 2017-01-16 18:49

리팅팅
베이징대 교수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문제로 최근 한-일 갈등이 고조됐다. 일본 정부는 주로 두 가지 이유에서 한국을 비판했다. 2015년 한-일 ‘군 위안부 합의’를 위반했고, 1961년 세계 81개국이 맺은 ‘빈 조약’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그저 일본의 주장일 뿐 수긍하기엔 한계가 있다.

한-일 합의 위반이라기에는, 소녀상 조항에 대한 양쪽의 해석이 애초부터 달랐다.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합의 이행의 일부 또는 선결조건으로 본 반면, 한국은 합의문 표현(“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대로 ‘노력’을 약속했다고 봤다. 아니, 그것만 달랐을까. 일본 당국자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나 군 위안부 징용의 강제성을 부인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한국 정부의 합의문 해석과 정반대였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에 합의 위반 책임을 묻는 대신 자제를 호소하며 합의의 가치를 앞세웠다.

빈 조약 위반 주장도 무리하다. 일본은 상대국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지킬 책무를 규정한 22조를 들지만, 이 조항의 일반적 해석은 과격한 시위에 국한된다. 소녀상 설치까지 확대 적용하는 건 당연한 해석이 아니라 주장이다. 소녀상은 추모비·기념비를 대신한 예술 조형물로, 사실 22조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일본 쪽 주장대로 소녀상이 자국 공관의 안녕과 위엄을 우려해야 할 만큼 호소력이 생겼다면,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일본의 반성 부족이다.

일본은 이렇듯 스스로를 ‘법의 수호자’로, 한국을 ‘약속 파괴자’로 만들려 하지만, 이는 국제법의 악용이다. 군 위안부 문제 자체가 인류 보편적 가치와 법질서를 명백히 위반했다. 일본의 일방적인 국제법 해석이 위안부 문제 쟁점의 프레임에 혼선을 줄 순 없다.

소녀상 갈등은, 인식의 격차를 방치한 채 외교적 봉합만으로 역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교훈을 남겼다. 위안부 문제 같은 역사 문제는 외교 현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보상 및 치유, 역사 사실의 기록과 학습, 그리고 국민적 역사 인식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정부간 합의는 외교 현안을 해소할 수는 있을지언정 다른 차원의 갈등까지 일괄 해결할 수 없다. 외교 합의를 선순환의 시작으로 삼아 다른 격차를 좁혀 나가는 양쪽 모두의 노력이 뒤따른다면 몰라도, 그것을 다른 의견에 대한 억압으로 활용한다면 시각차가 드러날 때마다 이번처럼 거꾸로 외교적 갈등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 문제에서 입버릇처럼 거론되는 ‘미래지향적 해결’이 가능하려면, 외교적 봉합이 아니라 피해국과 가해국 국민들 사이의 인식 격차를 좁혀야 한다. 하지만 소녀상 갈등과 아베 신조 총리의 진주만 방문, 그리고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최근 상황을 보면 일본 쪽의 능동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국, 한국 등 피해국끼리 역사 문제에서 보조를 맞출 필요성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물론 지금의 중-한이 몇해 전 ‘역사 공조’처럼 관계를 강화하기엔 정치적 상황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역사 문제는 과거에 대한 인식을 통해 미래를 구축해 나가는 장기 과제여서, 일시적 정치 상황에 억압 또는 이용되어 잘못된 방향이 굳어지면 그 피해가 너무 크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중-한이 지역 정세 등으로 역사 공조를 자제하며 머뭇거리는 과정에서 나타난 ‘분리 접근’의 산물이다.

당장의 정치 상황을 뛰어넘는 어떤 방안이 다시 ‘공조’를 가능하게 할까. 중국에도 지난해 10월 상하이에 첫 소녀상이 세워졌다. 도처의 소녀상들이 합의 위반과 국제법 위반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젖어가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부산 소녀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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