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사드 정국과 트럼프발 태풍 / 진징이

등록 2017-01-22 17:11수정 2017-01-22 19:08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중국은 유엔의 대북제재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 후에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했다. 그 여파로 중-북 무역의 70%가 거쳐 가는 단둥은 그 제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이 됐다. 단둥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개발구는 유령도시가 된 지 오래고, 황금평 공동개발구에는 철조망만 세워져 있다. 단둥시가 거액의 투자를 한 호시무역구도 텅 비어 있다. 북한에 들어갔던 합자은행은 모두 철수했다. 중국 금융권의 대북무역 업무는 아예 퇴출했다. 북한 관련 중국 기업들에는 해관(세관), 은행, 세무국의 검열이 강화됐다. 훙샹그룹 사건이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나다. 단둥 경제가 죽어간다고까지 한다.

단둥뿐만 아니다. 중-북 변경지역의 무역이 침체 상태에 빠졌고, 북한과 함께 추진하던 경협이 스톱하고 지방 정부의 많은 북-중 경제 프로젝트들이 없던 일이 됐다. 오늘날 북-중 변경지역의 현황이다. 중국의 대북제재는 사실상 자국 기업에 대한 ‘제재’이기도 하다.

북한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중국을 “피로써 이루어놓은 공동의 전취물인 귀중한 우의관계도 서슴없이 줴버리고(내버리고) 이 나라, 저 나라와 밀실야합하여 만들어낸” 제재안으로 자기들을 짓눌러보려 한다고 비난한다.

한-미는 그런 중국이 북한을 감싼다고 비난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중국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핵문제의 실질은 북-미 갈등이고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떼어내야 한다”고 했다. 호랑이 목에 달린 방울을 누가 떼어낼 수 있는가 물어본 남당(南唐) 고승 발안법사(發眼法師)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인용했다. 중국은 ‘북핵’이라는 방울을 북·미가 단 것이라고 하는데, 한·미는 방울을 북한이 달았고 중국이 떼어내라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대북제재는 애초부터 한·미의 기대에 미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중국은 대북제재로 자국의 지방과 기업이 큰 손실을 보면서도 중-북 관계는 한국전쟁 이후 최악으로, 중-한 관계 역시 수교 이후 최악으로, 중-미 관계는 본격적인 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중국은 대북제재를 통해 무엇을 얻었으며, 대북제재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대북제재 정국에 이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에서 중국이 다시 타깃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중국에 있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미국이 북핵을 컨트롤하며 구축하는 전략 산물이다. 당연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본다. 한국이 말하는 ‘북핵 방어’라는 사드 본연의 기능보다 중국에 대한 압박기능이 더 두드러진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이 결사반대해도 한국은 상관없이 다그쳐 배치하겠다고 한다. 사드를 원치 않으면 북핵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이다. 끝모를 논쟁 속에 사드는 북핵을 막는 만능보검으로 떠오르고 이데올로기로 승화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한-중 관계는 큰 상처를 입는다.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의 국익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한국과 중국은 이런 관계 속에 트럼프발 태풍을 맞이하게 됐다. 태풍의 방향은 중국이다.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면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을 진공 태세이다. 그 태풍의 경로에 한반도가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은 작금의 미-중 갈등을 한반도에 끌어들였다. 이제 우리는 지난 20년과 전혀 다른 북핵 정국을 맞이할지 모른다. 태풍이 한반도를 어떻게 강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과 같은 최악의 한-중 관계는 다가오는 태풍 막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발 태풍이 기존 질서를 흔들 때 한반도 질서가 무너지면 그 혼란은 북핵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최악의 피해자는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와 중국일 것이다. 트럼프발 태풍의 형성기에 한-중이 사드 정국에서부터 탈피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소통과 협상의 길을 찾을 때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우크라이나 전쟁발 가짜뉴스에 돈 내야 할 한국 1.

우크라이나 전쟁발 가짜뉴스에 돈 내야 할 한국

‘김학의 출국금지’ 2심 무죄…검찰 망신 검찰이 다 해 2.

‘김학의 출국금지’ 2심 무죄…검찰 망신 검찰이 다 해

우리가 사랑하는 영도에서 [서울 말고] 3.

우리가 사랑하는 영도에서 [서울 말고]

[사설]검찰의 ‘도이치’ 수사지휘부 탄핵 집단반발, 염치없다 4.

[사설]검찰의 ‘도이치’ 수사지휘부 탄핵 집단반발, 염치없다

검찰은 ‘선택적 분노중’…검사 탄핵엔 격노, 김건희 불기소엔 묵묵 5.

검찰은 ‘선택적 분노중’…검사 탄핵엔 격노, 김건희 불기소엔 묵묵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