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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위대병 증후군 / 박순빈

등록 2017-01-23 17:40수정 2017-01-23 18:53

우리 속담에 ‘사주에 없는 관(冠)을 쓰면 이마가 벗어진다’는 말이 있다. 타고난 자질이나 능력이 없는데 벼슬을 맡으면 머리칼이 빠진다는 것으로, 제 분수에 넘치는 일을 맡으면 도리어 괴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속담에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 요즘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그들은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너무 오래 있었다.

과분한 권력이나 돈을 거머쥔 사람들은 자신이 잘났다는 착각과 오류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심해지면 현실과 개인적 욕망이 헷갈리는 인지 부조화에 빠진다. 나아가 자신도 참과 거짓조차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만약 이런 환자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현실에선 다반사로 벌어진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미국 뉴욕시립대)는 과학 세계에서 흔히 빠지는 ‘위대한 사람’의 정신병리를 차용해, ‘위대병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기업 경영과 국가 운영을 구분하지 못할 경우 위대병 증후군이 팽배해진다는 것이다. 가령 성공한 기업인은 국가 경제에도 도움을 줄 만한 능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면 그런 기대는 쉽게 무너진다. 기업인이 할 일은 국가 지도자의 그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기업의 과도한 힘은 국가에 엄청난 해악이 되기도 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기업은 무조건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는 이익 너머의 전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에서나 경제에서나 스스로 위대하다는 착각, 또는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오만은 필연코 화를 부른다. 위대병 증후군은 국가 경제는 물론, 민주주의의 암적 존재이다. 한 줌의 정·경 협잡꾼들이 제 분수를 모르고 설쳐댄 때문에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이 바로 생생한 증거다.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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