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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새누리당’의 각인 / 정남구

등록 2017-02-08 09:48수정 2017-02-08 09:49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인 2010년 11월30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연평도를 방문했다. 그는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라고 말했다가 웃음거리가 됐다. 그해 ‘올해의 다물어야 할 입’으로 선정됐다. 이후 안상수 하면, 사람들은 보온병을 떠올린다.

발달기의 특정 시기에 특정한 자극이나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학습이 일어나는 것을 ‘각인효과’라고 한다. 오리가 태어난 뒤 17시간 안에 접한 대상을 어미로 생각하고 따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포유류와 어류 그리고 곤충에서도 각인효과가 있다. 사람의 경우, 어떤 사람에 대한 특정한 인상을 기억에 새기는 것은 ‘민감한 상황’에서 ‘특별한 사건’을 마주할 때다. 오늘날의 대중매체는 그런 각인을 널리 퍼뜨리고, 저장장치에서 다시 쉽게 기억을 꺼낼 수 있게 함으로써 지워지기 어렵게 한다.

한나라당은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때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일로 이름을 더럽혔다. 대기업들한테서 모두 823억원의 뇌물을 받았는데, 거액의 돈을 담은 상자를 차에 실어 차량째 넘겨받았다고 해서 ‘차떼기 정당’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나라당은 2011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주도 아래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소추를 받게 되고 조직이 쪼개지자, 새누리당이 다시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 당의 이름에 ‘탄핵 박근혜’라고 새겨진 각인을 지워보자는 뜻이겠다.

무서워해야 할 것은 구체적인 기억보다 훨씬 깊이 새겨지는 이미지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결국 사임하기로 결정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벽에 걸려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하나씩 보며 지나갔다. 케네디 앞에 섰을 때 문득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당신을 통해서는 미래를 보고, 나를 통해서는 과거를 본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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