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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만장일치 탄핵해야 통합할 수 있다

등록 2017-02-23 08:53수정 2017-02-23 09:40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통합을 위해서는 확실한 심판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8 대 0’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 정의가 완벽하게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새 대통령이 야당의 손을 잡고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가계빚이 13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소득분배가 9년 만에 다시 악화했다. 1월 생산자 물가가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경제 위기의 조짐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국가 이익이 한반도에서 충돌하고 있다. 북한 핵은 현실이 됐고 남북관계는 단절됐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안보 위기의 조짐이다.

박근혜 정부는 너무나 무능했다. 경제 성장률 하락을 막지 못했다. 창조경제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외교는 ‘덜컥수’의 연속이었다. 한-미, 한-중, 한-일 관계가 다 흔들리고 있다.

다행히 캄캄한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가 최종변론 기일을 확정했다. 변론이 끝나면 평의를 거쳐 결정 선고를 할 것이다. 탄핵 인용 결정을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그런데 걱정이다.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정권인수 절차가 없다. 선관위가 당선을 확인하는 순간 신분이 후보에서 대통령으로 바뀐다. 그리고 고립무원의 암담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한광옥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들의 보좌를 받아야 한다. 아무리 서둘러도 청와대 인사를 며칠 안에 할 수는 없다.

국무총리 임명은 어떨까?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가 필요하다. 잘 될까? 김종태 전 의원 당선무효로 299석이 된 국회의 의석 분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94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32석, 정의당 6석, 무소속 7석이다.

어느 정당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여소야대다. 야당이 국무총리 임명 동의를 순순히 해줄 리가 없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디제이피 연합으로 ‘김종필 국무총리’를 공약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6개월 동안 처리해주지 않았다.

국무총리가 없으면 장관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또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주지 않으면 정부조직을 바꾸지도 못한다. 이래저래 야당의 도움 없이는 국정을 한 발짝도 끌고 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뽑힌 19대 대통령이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촛불민심을 받들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도 물론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연정이다. 대선 직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정치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야권에서 대통령이 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공동정부가 가능하다. 범여권에서 대통령이 되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다.

어느 경우든 국무총리직은 다른 정당에 맡겨야 할 것이다. 장관직도 의석 비율을 참고해 나눠야 한다. 개헌 일정을 협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가능하다. 위기 극복에는 어차피 정당정부, 연립정부, 정치내각이 효율적이다.

둘째, 대화와 타협의 정치다. 대연정은 어렵겠지만 어느 쪽에서 정권을 잡든 야당의 전폭적인 도움 없이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새 대통령은 반드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타협의 정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통합을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대선 결과에 대한 철저한 승복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과거지사로 묻어야 한다. 그러려면 확실한 심판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8 대 0’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

8명의 재판관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탄핵 찬반이 ‘6 대 2’, ‘7 대 1’로 나올 경우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나 김문수 이인제 김진태 윤상현 등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에게 반발의 여지를 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정의와 불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무릎을 철저히 꿇려야 한다. 정의가 완벽하게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새 대통령이 야당의 손을 잡고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나설 수 있다. 지금은 국가와 민족 공동체의 운명이 칼날 위에 서 있는 엄혹한 시기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역사에 대한 인식과 지혜를 기대한다.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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