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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배신당한 광장 / 최원형

등록 2017-03-07 16:55수정 2017-03-07 19:02

프랑스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샹드마르스 광장. 출처: 위키피디아
프랑스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샹드마르스 광장. 출처: 위키피디아

1790년 7월14일, 파리에서 전 프랑스의 화합과 단결을 다지고 혁명의 대의를 재확인하는 잔치인 ‘전국연맹제’가 열렸다. 시민들이 절대왕권의 상징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바스티유 정복’ 첫 돌을 기념하며 전국 83개 도의 연맹군들이 파리로 모였다. 행사를 앞둔 파리에서는 25만여명이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손수레를 끌고 샹드마르스 광장의 정비에 나섰다. 1년은 족히 걸렸을 공사가 단 한 달 만에 완성됐다.

연맹제는 새로운 사회체제를 반기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때만 해도 국왕은 축제의 중요한 일원이었다. 루이 16세는 국민과 법에 충성할 것을 서약했고, 참가자들도 “국왕 만세”를 외쳤다. 이날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사람은 라파예트 후작(1757~1834)이었다.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에서 모두 주도적 구실을 한 이 “두 대륙의 영웅”은 바스티유 정복 직후 파리 시민들의 지지로 국민방위군 사령관이 된 참이었다. 연맹제에서 그는 “프랑스인 동포를 하나로 묶고 자유와 헌법과 법을 준수하기 위해 모든 프랑스인을 국왕에게 연결시킨다”고 선언했다. 사람들은 사흘 동안 춤을 추며 혁명의 승리를 즐겼다.

그러나 이것은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었다. 반혁명은 끊임없이 새로운 혁명을 불렀다. 겉으로는 혁명파에 양보하는 것 같던 루이 16세는 외국의 힘을 빌려 혁명을 잠재우려 했고, 의회의 집권파는 적당한 선에서 혁명을 마무리하는 데에만 골몰했다. 연맹제가 열린 이듬해 6월 루이 16세는 외국으로 도망치려다 민중들에게 붙잡혔고, 국왕 재판과 공화정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끓어올랐다. 그리고 7월17일, 불과 1년 전 혁명의 승리를 즐겼던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국민방위대가 공화파의 집회에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발포 명령을 내린 라파예트는 혁명의 영웅에서 학살 사건의 책임자로 추락했다.

최원형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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