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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블랙텐트 71일

등록 2017-03-14 17:55수정 2017-03-14 19:23

촛불의 바다에 뜬 돛단배. 그것보다 서울 광화문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잘 표현할 순 없다. 블랙텐트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문화예술계가 세운 임시 공공극장이다. 펼침막은 선언했다. “빼앗긴 극장, 여기 다시 세우다.”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떨어졌다. 광장은 환호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해고노동자들은 물론,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와 광화문 캠핑촌 식구들은 얼싸안았다.

두 달 전 한겨울 고추바람이 맵차던 1월7일 아침, 70여명이 광장에 모였다. 문화예술인 캠핑촌민, 콜트콜텍·유성기업·기륭전자 해고노동자 등등. 오후 5시까지 뚝딱뚝딱! 10시간의 힘겨운 작업 끝에, 이순신 동상 뒤에 천막극장이 우뚝 솟았다. 폭 8m, 길이 18m, 높이 5.5m의 철골 구조물 위에 진녹색 천막을 덮었다. 1월10일 개관식에 이어 1월16일 개관공연 <빨간시>를 시작으로 8주간 15개 프로그램 55개 작품을 공연했다. 토요일에는 영화를 상영했다.

그중에서도 1천일이 넘도록 광장에서 농성을 이어온 세월호 가족극단의 <그와 그녀의 옷장>은 감동적이었다. 왜 임시공공극장이 광장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 웅변했기 때문이다. 연희단거리패의 <씻금>은 공연 뒤 세월호 분향소에서 관객과 함께 절을 올렸다. 천막극장을 제공한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외에도 무대, 객석, 조명 등 극장 설비부터 무릎담요, 소화기, 핫팩 등 운영 물품들까지 모두 기부와 후원으로 이뤄졌다.

이제 블랙텐트는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라는 약속대로 71일 만에 천막을 접는다. 18일 오전 10시 해체식을 할 예정이다. 민주주의의 거대한 열망이 출렁이던 촛불의 바다에서 가슴 벅찬 항해를 마치고 이제 닻을 내린다. 그러나 천막극장의 정신과 문제의식은 계속된다.

손준현 대중문화팀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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