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뒤인 2003년 메릴랜드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3%, <폭스 뉴스> 시청자 중엔 무려 80%가 허위 사실을 진짜로 믿고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라크에서 대량파괴무기가 발견됐고, 이라크와 알카에다가 동맹 관계이며, 세계 여론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한다는 세가지 거짓 중 최소한 한가지 이상을 사실로 믿었다는 것이다(<미디어 독점>). <폭스 뉴스>가 6단계를 거쳐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폭스 효과>).
종합편성채널이 처음 도입될 때도 한국판 <폭스 뉴스>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실제 편향성과 정파성은 폭스 뉴스를 훨씬 뛰어넘는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당시 여당 실세 박근혜 의원이 한때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으나 현재의 종편 체제는 사실상 그의 추인 아래 탄생했다. 2011년 12월 개국한 종편은 황금채널 배정과 의무전송 혜택에다 중간광고 허용, 1사1미디어렙의 광고회사 특혜까지 정권의 파격적인 특별대우 속에 외형적으론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보도·드라마·교양·오락·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를 ‘종합’ 편성하겠다는 애초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막말·편파·저질 방송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제이티비시>(JTBC) 정도를 제외하면 ‘종합’편성채널이란 이름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방송통신위가 최근 3년간 383건의 심의 제재를 받는 등 재승인에 필요한 기준점수에 한참 미달한 <티브이(TV)조선>을 3년 전에 이어 다시 조건부 재승인 해준 것은 명백한 특혜다. 19대 총선 때만 해도 야권은 종편 폐지를 약속했으나 최근엔 언론시민단체들의 요구도 ‘불량종편 퇴출’로 바뀔 정도로 종편의 위세가 드세다. 지상파가 사실상 몰락한 가운데 일부 종편들의 변신 시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야권이 우세를 보인 총선 이래 탄핵을 거치며 계속되고 있는 이 기이한 방송지형 역시 시한부가 아닐까.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시민단체의 ‘불량종편 퇴출’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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