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쳐 원자로 냉각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원자로 1~3기의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가장 위급했던 순간은 2호기 통제가 어려워진 3월15일 새벽이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원전에서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키려 했다. 그 시각 내각 위기관리 담당관인 이토 데쓰로가 도쿄전력 직원과 나눈 대화가 <아사히신문> 기자 기무라 히데아키가 쓴 책 <관저의 100시간>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1원전에서 철수한다는데 그러면 1호기부터 4호기까지는 어떻게 됩니까?”
“포기하고 철수하겠습니다.”
“5호기와 6호기는?”
“곧 통제가 불가능해질 테니 마찬가지입니다.”
내각부 원자력위원회 곤도 혣스케 위원장이 그 무렵 작성한 시나리오를 보면, 원자로 2기만 통제불능이 돼도 수도인 도쿄까지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될 것으로 예상됐다. 2호기는 원자로 압력제어실에 균열이 생겨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외부로 내뿜었다. 하지만 사람의 접근을 다시 허용하는 수준에서 사고 진행이 멈췄다.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일본 정부는 당시 발령한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을 지금도 해제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재가동 반대 여론도 매우 강해서 현재 2기만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노후 원전의 수명을 늘리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고속로 연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4일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최성, 안철수, 손학규, 남경필 등 7명의 대통령선거 예비후보가 ‘탈핵 10대 공동정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중단·백지화하고,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금지한다는 것이 뼈대다. 이것만 실천에 옮겨도 획기적인 전환이 된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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