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순천시의원 탄핵이 인용된 이후에도 국민들은 무관용 원칙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70% 이상이다. 중대범죄자에 대한 구속 수사, 범죄 사실에 따른 중형 선고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77명의 국회의원들이 한국 사회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걱정하며, 국민 대통합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에 청원했다. 부정과 부패, 무능과 불통에 분노한 국민들의 뜻과 다르게 특정인에게 특혜를 요구하며 재판부를 압박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적어도 그들은 국민 대통합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진실을 인양하라고 국민이 요구할 때 그들이 국민과 세월호 가족 그리고 특별조사위원회를 어떻게 대했나, 노조 탄압과 해고로 목숨을 걸고 굴뚝과 철탑 꼭대기에서 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그들은 어떻게 대했나, 비정규직 천만명 시대에 그들은 무엇을 했고, 기회를 잃은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 정유라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비리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은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국민 대통합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잘못을 바로잡고 잘못한 자들을 처벌하고 특혜가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일이다. 또 권력이 특정인, 특정 세력,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초고도화된 중앙집권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 즉 무너진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조기에 실시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별로 후보자별로 뜨거운 민심을 반영하여 국가혁신 과제와 공약들이 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사람 영입과 캠프 몸집 불리기에 더 집중하고 있고 후보자 흠집 내기 선거 운동이 지속되고 있어 실망이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좋은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비해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지방분권 공약은 생각보다 비중이 작고 구체성이 떨어져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관계가 종속적인 관계로 지속될 것이다. 지방분권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종속적인 예산 배정의 문제와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중앙정부 배정 예산 대부분은 꼬리표가 달려 있고 매칭(정부 50%, 광역 25%, 기초 25%)으로 되어 있어 정부사업에 계속 응하면 지방 재정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의 자율적 운용이 어려워진다. 또 부족한 지방 재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힘 있는 정치인과 중앙부처에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특별교부금이나 국고보조금을 구걸하게 된다. 정권 차원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사업이나 일부 국책사업은 지방정부가 아무리 반대해도 속수무책으로 진행되지만, 지방정부가 특성을 살려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은 통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예산을 통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종속시키는 이러한 악순환 구조를 반드시 바꿔내야 한다. 지방정부 재정 중 자주재원인 지방세 비중이 국세와 지방세 8 대 2 비율이다. 일본(57:43), 미국(56:44), 독일(50:50)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재정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열악한 재정 구조는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위협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 지방정부의 건전한 재정구조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관계에서 행정의 민주성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알면서도 지난 20년간 진전이 없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일이다. 건물을 지역으로 이사시키는 지방분권 공약 말고 지방정부 재정 건전성과 독립성을 위한 공약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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