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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역이 중앙에게] ‘경남이 싼 똥’ 경남이 치워야지 / 권영란

등록 2017-04-05 19:09수정 2017-04-05 20:21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대표

홍준표 경남지사 온라인 고발 서명운동이 순식간에 전개됐다. 지난 4월4일 오후 5시께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시작된 고발 서명운동은 밤사이 1400여명이 고발인으로 서명을 했고, 5일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보다 한발 앞서 4일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홍준표 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진주, 거제 등 경남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도지사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홍 지사가 자신의 직권을 남용하여 악의적으로 도지사 보궐선거를 막고 있다는 게 큰 이유다.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벌써 5일째다. 하지만 홍 지사는 아직도 도지사 사퇴를 하지 않았고, 따라서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다. 홍 지사는 벌써부터 자신이 대선 후보로 나가도 경상남도에는 도지사 보궐선거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선거법상 사퇴 시한과 보궐선거 요건 등 법망의 빈틈을 파고들어 자신이 사퇴하더라도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도지사 선출을 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경남은 지사 공석인 상태로 부지사에게 도정을 맡겨야 한다. 선거 역사상 전무한 꼼수가 지금 펼쳐지고 있다. 고발인들은 이러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보장된 경남도민의 참정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홍 지사는 지금도 보궐선거를 막기 위해 버티고 있다. 그가 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들 중 첫째는 보궐선거 비용만 해도 300억원 예산이 든다는 것, 둘째는 시·군 기초단체장들이 보궐선거에 나오느라 줄줄이 지역이 들쑤셔진다는 것, 셋째는 무엇보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도지사 후보군 중 자신이 일궈놓은 도정을 맡길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첫째, 둘째는 홍 지사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바람에 발생된 일이다. 전적으로 그 책임이 홍 지사에게 있는데 고양이 쥐 생각 하듯 생색이다. 그리고 마땅한 인물인지 아닌지는 홍 지사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 참정권을 행사함으로써 당연히 도민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사실 홍준표식 계산법은 빤하다. 얄팍하고 자기중심적이라 속내가 다 보인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조차 홍 지사는 이미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는 자유한국당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혔고, 출마 선언 전 문재인이나 안철수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지만 후보 선출 전후로 언론을 십분 활용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신을 알렸다. 물론 잇단 비상식적인 언행이 큰 몫을 했다. 설사 그가 막판에 “난 대선 안 나갈래”라고 포기한들 곯을 것이 없다. 거기에다 그는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안전장치까지 한다. 보궐선거를 악착같이 막는 것이다. 이번에 보궐선거를 하지 않으면 내년 6월 당연히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고 그때 자신이 다시 나서서 3선 도지사가 되겠다는 꼼수가 보인다. 그리고 2022년 그의 나이 69살,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도 충분하다는 계산이지 않을까.

그러나 도지사 보궐선거 실시 여부를 두고 현재 경남 정치권은 요동치고 있다. 각 지역여론은 보궐선거 막는 ‘법꾸라지 홍 지사’ 사퇴로 들끓고 있다. 지난 4일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는 에스엔에스에 ‘지금 경남 도민이 “홍준표는 도지사직을 사퇴하라”며 촛불집회를 하면 선거법에 저촉될까’라는 민심을 떠보는 듯 게시글을 올렸다. 이에 누리꾼들은 저촉 여부를 따지기보다 당장 도청 앞에서 촛불집회 하자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지역민의 원성도 들려온다. 도지사 재임 들어서자마자 무상급식 없애고, 공공의료시설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는 등 익히 홍 지사의 정치적 악명을 알고 있는 이들은 대놓고 ‘경남이 싼 똥 경남이 치워’라고 말한다. 지금 경남도민이 중심이 돼 홍 지사 고발 서명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래, ‘경남이 싼 똥’ 경남이 치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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