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主流, main stream)는 통상 대세, 다수, 지배집단, 강력한 파벌, 실세 등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매우 권력적인 개념이다. 이 말이 강한 정치·사회적 의미를 띤 때는 2001년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2002년 대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메인스트림들이 2002년 선거에서 새로운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그의 발언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편가르기식 발상”이라고 반발하면서 주류심판론 공방을 낳았다. 그가 말한 주류란 누구이며, 한국 사회의 주류란 어떤 세력을 가리키는가를 놓고 ‘주류 논쟁’도 촉발됐다. 이 총재는 “사회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고 선도하는 사람의 그룹”이라고 얼버무렸지만, 주류란 권력의 단맛을 즐기고자 하는 욕망과 맞닿아 있음을 새삼 확인케 해주었다. 지식인들은 저마다의 시각으로 이 나라의 주류를 정의했는데, 대체로 “반공 보수주의 및 영남 세력, 성장제일주의 재벌체제”라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1987년 6월항쟁과 1997년 정권교체가 이런 주류의 성격을 부분적으로 재편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한민국 주류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이제 정치의 주류는 국민이어야 합니다”라고 주창했다. 권력의 주류가 국민으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른바 ‘국민 주류론’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또한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이란 말을 무려 스물일곱 차례나 언급하며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효했다. 국민으로의 주류 이행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현실이 되려면 과연 이 나라에서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행해져야 할까?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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