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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무책임한 ‘선제타격론’ / 김이택

등록 2017-04-16 18:10수정 2017-04-16 18:55

북한 핵 위기가 높아지자 주한미군사령관이 급히 대사관저로 대사를 찾았다. 두 사람은 한국에 미군 병력을 증파하려는 백악관에 ‘미국인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준비가 부족하다’는 건의문을 서둘러 보냈다. 앞으로 사전 협의 없이 추가 조처는 말아 달라는 제안까지 덧붙였다.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던 1994년 6월16일의 일이다.(<북핵위기의 전말>)

그해 2월 북-미 간 이면합의가 결국 무산되자 북한은 5월초 영변 핵 원자로에서 핵 연료봉 추출을 시작했고 미국은 ‘선제타격’ 방안까지 검토했다. 5월19일 합참의장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한 전쟁 시나리오는 90일이면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냉전의 추억>) 그러나 미군 사상자 5만2천명, 한국군 사상자 49만명에다 100만명 가까운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클린턴이 당시 선제타격 않은 걸 후회했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으나 회고록에선 분명히 “전쟁이 발발할 경우 양측이 입게 될 엄청난 손실에 대한 평가서를 받고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었다”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결국 김대중과 제임스 레이니 주한대사의 권유를 받은 카터가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나 돌파구를 열었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 클린턴은 백악관에서 고위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미군 증파안을 집중 검토 중이었다. 당시 백악관에 있던 로버트 갈루치는 카터가 평양에 가지 않았다면 “그 회의에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권고한 5만 병력 증파안을 채택했을 것이 확실하다”며 결국 전면전으로 ‘충돌’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북핵 위기 국면에서 너무 쉽게 ‘선제타격’ ‘결단’ 운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중재할 사람도 마땅치 않고,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가 맞서는 형국이다.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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