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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문빠와 스머프 / 이정렬

등록 2017-04-17 18:29수정 2017-04-17 21:18

이정렬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전 부장판사

필자의 어린 시절에 ‘개구쟁이 스머프’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많은 인기를 구가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스머프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파란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지만, 짧은 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머프들에게는 파파 스머프라는 리더가 있다. 하지만, 파파 스머프가 지도자라고는 해도 권위주의적이거나 다른 스머프들을 억압하지는 않는다. 그저 스머프 중 하나일 뿐이다. 스머프들 또한 파파 스머프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지도 않는다.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스머프들은 함께 어울려 평온하고 행복하게 생활한다. 그들은 개성이 강하다.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내는 똘똘이 스머프, 힘의 상징인 덩치 스머프, 무엇이든지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편리 스머프,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성 캐릭터인 스머페트, 항상 싫다고 불평하는 투덜이 스머프, 시를 짓는 시인 스머프 등등…. 그런 그들이지만,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가진 개성과 능력에 따라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그저 자발적으로 행할 뿐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번 선거는 국정을 농단한 최고 주범인 박근혜를 국민의 힘으로 파면한 후 실시된다.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하는 여망을 담은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 대한 기대도 클 뿐만 아니라, 그 지지자들의 선거운동 또한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각각 후보 지지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이른바 ‘문빠’에 대한 언급이 많이 회자된다.

필자는 ‘문빠’들을 보면, 스머프가 생각난다. 우선 외관상으로도 비슷하다. 파란색을 상징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문빠, 파란 피부를 가진 스머프. 하지만, 아무리 문재인 후보를 따르더라도 문 후보의 지시나 통제를 받지는 않는다. 때로는 문 후보가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리더라도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불평을 하거나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마치 파파 스머프가 스머프들의 리더이기는 하지만, 그에게 복종은 하지 않는 모습처럼 말이다.

문빠들 개개인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로써,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음악으로써, 영상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영상으로써 자신들이 지지하는 문재인 후보를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해서 응원한다.

문빠들의 응원은 자발적이다. 어느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보수나 자리 같은 대가를 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비용과 시간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지지활동을 한다. 전혀 조직적이지도 않다.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안이 있을 때는 놀라운 응집력을 보여준다. 자발성과 뚜렷한 개성이라는 점에서도 스머프들과 유사하다.

연인원 1600만명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일 뿐, 아무런 대가를 원하지 않은 자발적 행동이었다. 자발성과 대가를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문빠들도 촛불정신과 닮아 있다. 이것을 가리켜 ‘촛불현상’ 내지는 ‘문빠현상’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능력 있는 전문가들이 문빠 내지 문빠현상의 특성을 학문적으로 분석해 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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