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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복지세’ 공약은요? / 황보연

등록 2017-04-23 18:45수정 2017-04-24 09:36

황보연
정책금융팀장

5·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 간의 복지 공약 경쟁이 달아올랐다. 이 중에는 ‘아동수당’ 도입과 같은 진화된 공약도 보인다. 역대 선거에서 아동수당이 핵심 공약으로 부상한 적은 없었다. 정치권이 보육서비스 확대를 더 시급한 과제로 꼽으면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중장기 과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원내 정당 다섯 후보는 한목소리로 아동수당 도입을 외치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동수당(월 10만원 안팎)이라는 새로운 복지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처럼 복지 공약이 진전을 보이는 데 비해,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탄’이 될 조세 공약은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약 실현을 위해선 연간 수십조원이 필요하다. 주요 후보들은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수 자연증가분에 의존하겠다거나 선언적 수준의 ‘중부담·중복지’ ‘부자증세 먼저’ 원칙만 되뇐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8월 1순위 세제개편 과제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내세웠지만 이번 대선에선 맨 마지막에 고려할 과제로 돌려놨다. 단골로 나오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공약도 실제 이를 통해 긁어모을 수 있는 돈은 많아야 2조원 안팎이다. 재정지출 개혁이나 일부 초고소득층·재벌 대기업에 대한 증세만으로는 향후 늘어나야 할 복지 재정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사회복지세’ 공약은 이런 맥락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일종의 ‘목적세’로, 복지만을 위해 쓸 세금을 따로 걷자는 얘기다.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할 때 납부액의 일정 비율(10~20%)을 부가세(sur-tax) 방식으로 추가로 걷는 식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세’나 대중교통 확충 및 환경 보전을 위해 만든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심 후보는 이를 통해 연 21조8천억원의 복지 재정을 만들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런 공약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2007년 대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공약으로 내놓은 데 이어, 18대 조승수 의원(진보신당)과 19대 박원석 의원(정의당)도 각각 사회복지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을 보면, 소득세액 1천만원 이하와 법인세액 100억원 이하는 10%, 각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는 20%로 복지세율을 정해 부담능력에 따른 차별을 뒀다. 지난해엔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아동수당세법을 발의해, 이를 통해 아동수당 재원을 만들자는 주장을 폈다.

사회복지세는 우리나라처럼 재정지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큰 나라에 유용하다. 세금이 어디 쓰이는지를 미리 정해놓고 걷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저출산·고령화세’와 같이 복지지출 가운데서도 좀 더 국민적 수용성이 큰 목적에 한정해서 걷자는 제안도 나온다.

문제는 사회복지세 도입 요구가 나온 지 무려 10년이 흘렀지만 단 한차례도 공론장에 서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를 한번 치를 때마다 ‘보편 복지’에 대한 인식과 지평은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위한 ‘보편 증세’를 거론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시돼 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정치학)는 그의 저서 <세금과 선거>에서 “세금 이슈는 눈앞의 당선과 집권이라는 정치적 목표와 정책적 신뢰와 책임성이라는 민주적 원칙 간의 괴리와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런 괴리와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내는 것이 진짜 ‘정치’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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