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진보와 보수 편향성을 앞세운 두 인터넷 매체가 한 회사의 소유라는 사실을 밝힌 <버즈피드> 보도. <버즈피드> 화면 갈무리
지난 2월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버즈피드>는 이른바 ‘극단적으로 정파적인’(hyper partisan) 정치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보도를 내놨다. <리버럴 소사이어티>라는 ‘진보 편향적’ 인터넷 매체와 <컨서버티브 101>이라는 ‘보수 편향적’ 인터넷 매체의 보도가 서로 판박이처럼 비슷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사실을 다룬 문장들은 아예 똑같았고, 단지 몇 개의 단어들만 다르게 사용해 각자가 내세우는 편향에 맞게 보도했을 뿐이었다. 더 파헤쳐보니 두 매체는 아예 같은 회사, 즉 마이애미에 있는 ‘아메리칸 뉴스 유한책임회사’ 소유였다. 이 회사는 이들 말고도 두 개의 또 다른 정파성 강한 인터넷 매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진보건 보수건 관계없이 정파적인 태도를 앞세워 ‘클릭’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극대화된 광고비를 거둬들이는 것이 이 회사의 주된 목적이었던 것이다.
영미 언론계에서는 이른바 ‘페이크 뉴스’ 논란의 실체는 ‘정파적 미디어’라는 지적이 높다. 한때 디지털 매체들은 전통 매체들이 앞에선 ‘객관적 저널리즘’을 내세우지만 뒤에선 정파적 태도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새롭게 쌓았다. 그러나 지금은 되레 전통 매체들이 디지털 매체들의 노골적인 정파성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액시오스>는 지난 20여년 동안 새롭게 생겨난 89개의 디지털 매체가 거의 모두 정파적 성격을 지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파르티잔’(정파성)의 핵심은 ‘절대적인 적대’다. 그리고 절대적인 적대를 부추기는 정파적 미디어 뒤에는 어김없이 상업적인 이익이 있다. 누군가의 손가락질에 따라 소리를 지르고 돌을 던지면서 속이 시원하고 후련함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제대로 한번 톺아보길 권한다. 그 손가락의 주인공에게 당신은 그저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도구일 뿐이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