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한국에서 공동체상영을 통해 ‘입소문’이 났던 영화 <위 캔 두 댓!>은 국립정신병원이 사라지던 1980년대초 이탈리아가 배경이다. 병원에서 나온 정신장애인들이 마루바닥을 시공하는 협동조합을 꾸려가는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는 실제 조합원의 30%가 정신질환자인 ‘논첼로 협동조합’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 배경이 된 것이 1978년 이탈리아 의회를 통과한 ‘법 180’. 제안자인 정신과의사 프랑코 바살리아의 이름을 딴 ‘바살리아법’으로 더 알려져있다. 바살리아는 60년대초 원장으로 부임한 고리치아의 정신병원에서 유대인수용소와 반파시즘 운동으로 의대생 시절 경험했던 감옥이 떠올랐다고 한다. 첫날부터 환자들을 묶어놓는 방침 결재를 거부한 그는 의사들이 흰 가운을 벗고 환자들과 어울리게 했다. 이 치료공동체는 70년대 ‘탈원화 운동’의 시발점이었고 그 결실인 바살리아법엔 △새 환자의 공공정신병원 입원 및 새 병원 건설 금지 △지역정신보건센터 설치 및 의료진의 재배치 △일반 종합병원 정신과 치료병상 15개로 제한 등 혁명적인 내용이 담겼다. 1978년 당시 7만8538명을 수용했던 국립정신병원 76곳이 1998년까지 모두 문을 닫고 지역정신보건센터나 게스트하우스로 전환됐다. 이탈리아는 ‘감금과 억압’이라는 정신질환자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구적 국가가 됐다.
1995년 제정된 한국의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돼 30일 시행에 들어간다. 환자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뿐 아니라 종종 가족 간 다툼 등에 악용됐던 강제입원 조항이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전문의 1명 진단으로 가능하던 강제입원은 서로 다른 기관의 전문의 2명 진단으로 강화됐고, 반드시 한달 이내에 심사를 받도록 했다. 가벼운 우울증 치료 경력만 있어도 말조련사 등 수십개 자격증 취득을 불가능하게 했던 정신질환자 정의 조항도 법적의미를 엄격히 했다.
일부에선 퇴원하게 될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범죄 중 조현병 환자의 비중은 0.003%로 유병률(1%)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한국의 강제입원률은 67%로 10%대인 서구 국가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이제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격리에서 통합으로 나아갈 때다.
김영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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