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반격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보수언론이 삼각편대를 이뤄 새 정부의 재벌정책 방향을 거칠게 공격하고 있다. “시작부터 대기업 때리기” “민간기업에 노골적 압박” “완장 찬 점령군 행세” “반성문 쓰라는 정부에 재계 냉가슴” “검은 구름 몰려와” 등 기선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 전가의 보도인 ‘경제위기론’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칠 것이다. 예전부터 늘 그래 왔다. 지난해 말 재벌 총수 청문회 때나 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때도 “경제를 망치려 든다”, “글로벌 기업을 죽이려 한다”며 극렬히 저항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5년 펴낸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재벌 개혁을 하려면 먼저 ‘재벌 집착증’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 집착증은 재벌이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 재벌이 잘돼야 한국 경제가 잘된다, 그래서 재벌은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연쇄적 논리 구성으로 생긴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재벌 집착증은 교묘한 방법으로 ‘애국심’을 건드려 국민에게 쉽게 먹혀드는 특성이 있다.
재벌 집착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장하성 실장은 연쇄적 논리 구성에서 ‘한국’을 ‘나’로 바꿔보라고 제안한다. “재벌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재벌이 잘되어 나도 더 잘살게 되었다, 그래서 재벌은 ‘나’의 미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가?” 경제가 성장했지만 재벌 기업에서 일하는 소수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노동자는 더 잘살게 되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은 되레 더 어려워졌다. ‘낙수 효과’가 허구로 드러났듯이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재벌 집착증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 망상과 같다는 것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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