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주최 학술워크숍 자료집(2017)
“일주일은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영국 노동당 지도자 해럴드 윌슨이 생전에 한 말이다. 그는 1960~70년대 영국 총리를 두 차례나 지냈다. 그의 발언에 빗대어 오늘의 영국을 견주면 1시간도 아닌 5분도 길어 보인다. 그만큼 변화가 많고 빠르다. 브렉시트, 잇따른 테러와 참사, 출렁거리는 정당 지지도와 정세 급변 등은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마저 혼돈과 균열의 격랑에 휩싸이게 한다.
18일의 프랑스 총선 결과는 격동 속 유럽의 이면을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하원 577석 중 과반을 석권했다. 반면 295개 의석으로 제1당의 지위를 지녔던 사회당은 29석의 제5당으로 추락했다. 더 주목할 요소는 낮은 투표율이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그리고 분배와 성장의 균형을 추구하는 복지국가 시스템은 우리 사회가 본받고 싶은 유럽모델의 주요한 특장이었다. 하지만 신민족주의, 극우정당 등이 발호하면서 유럽모델의 특장이 흔들리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전개될까? 여러 풀이가 나오지만, 유럽 각국의 기성 정당이 저성장 등 유로존 위기와 이에 따른 실업 등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외국어대 김면회 교수는 급변하는 유럽의 가장 큰 우려점은 민주주의의 핵심 관계망인 정당의 퇴조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그가 유럽 주요국의 유권자 대비 당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09년 현재 프랑스는 1.85%, 영국은 1.21% 수준에 불과했다. 유럽 전체의 평균도 4.7%에 그쳤다. 유권자의 정당 이탈이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다. 유럽모델을 위기로 이끄는 또 하나의 핵심 요인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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