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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팬덤의 경제학 / 최원형

등록 2017-06-26 18:09수정 2017-06-26 19:07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이 대통령 선거를 위한 티브이토론회에서 만나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이 대통령 선거를 위한 티브이토론회에서 만나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08년 10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유세장에서 한 여성 지지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바마를 믿을 수 없다”고 그가 오바마를 비난하는 동안 매케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그에 대해 읽어봤더니 그는 아랍인이더라”는 주장이 나오자, 매케인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저와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그는 훌륭한 미국 시민입니다.” 분명 비합리적인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이었다. 그러나 매케인의 그 말에 유세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고 일부는 실망했다는 듯 야유를 보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제러미 홀든은 <팬덤의 경제학>(2013년, 책읽는수요일)이란 책에서 이 사례를 인용하며, 매케인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맺고 있던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을 깼다고 지적한다. 당시 공화당 지지자들과 매케인 사이에 맺어진 사회적 계약의 내용은 이랬다. “오바마가 미국을 내부에서부터 파괴하려는 이슬람교도인 것을 당신이 잘 알고 있다면, 나는 당신을 지지하겠다.” 2011년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31%가 ‘오바마는 이슬람’이라고 대답했는데, 이처럼 공화당원들의 비논리적인 믿음은 확고했고 매케인에 대한 지지도 여기서 나왔다는 것이다.

한 가지 비극적인 사실은, 사회적 계약은 맺고 싶다고 해서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대중에 의해서만 일방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대상에 대한 어떤 집단의 감정 상태가 고조되어 있을 때 이런 사회적 계약이 형성되고, 그것은 일련의 비논리적인 믿음을 원료로 삼아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비논리적인 믿음은 모든 열정적 운동을 만들어내는 근원으로, 이를 외면하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 없다는 얘기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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