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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7월4일생 론 코빅 / 조일준

등록 2017-07-04 16:36수정 2017-07-04 18:59

2007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 참가한 론 코빅. 위키미디어 코먼스
2007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 참가한 론 코빅. 위키미디어 코먼스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9년작 영화 <7월4일생>은 미국의 베트남전 상이군인 론 코빅(71)의 동명 자서전이 원작이다. 그해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톰 크루즈)과 아카데미 감독상·편집상을 휩쓸었다. 1946년생 코빅은 미국 독립기념일이 생일이다.

뉴욕 변두리의 중산층 가정에서 티 없이 자란 코빅은 10대 때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1961년) 연설을 듣고 애국적 열정에 사로잡혔다. 매카시즘의 잔불 위로 동서냉전이 위태롭던 시절이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1963년 케네디 암살이 그즈음이었다. 코빅은 공산주의가 미국을 위협한다고 확신했다. 1964년 고교 졸업 뒤 대학 대신 해병대에 자원해 베트남에 파병됐다.

꼭 50년 전인 1967년, 코빅은 삶의 결정적 고비들을 맞았다. 어느 날 부대원과 정찰을 나갔다가 의심스런 민가에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노인과 여자, 어린이들만 있던 일가족이 피와 살점이 튄 채 몰살된 참상에 충격을 받았다. 몇달 뒤 코빅은 다급한 교전 상황에서 동료를 오인 사살했다. 이듬해에는 교전 중 총탄에 척추를 맞아 하반신 불구가 됐다. 전쟁은 애초 생각과 전혀 달랐다.

1972년 8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론 코빅(성조기를 든 사람)을 비롯한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플로리다 주립 도서관 누리집.
1972년 8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론 코빅(성조기를 든 사람)을 비롯한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플로리다 주립 도서관 누리집.

영웅으로 귀향했지만 치료는 형편없고 고통스러웠다. 더 견디기 힘들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미국 전역의 거센 반전·평화 시위였다. 흑인 민권운동도 한창이었다. 자신은 허울뿐인 애국자였다. 고통과 혼란 속에서 분노했으나 차츰 추악한 전쟁의 실상을 알아간다. 1972년 대선 때 휠체어를 타고 공화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반전 시위의 맨 앞에 섰다. 경찰의 폭력 진압과 “빨갱이” 욕설이 쏟아졌다. 1974년 가을, 자서전을 펴낸 코빅은 열렬한 반전·인권 전도사가 돼 있었다. 1976년 대선 때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을 했다. ‘7월4일생’은 전쟁으로 몸이 망가진 뒤에야 진실과 평화의 가치를 깨달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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