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포퓰리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브리검 영 대학 ‘팀 포퓰리즘’ 연구단. 인터넷 누리집 갈무리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쓴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1967년 ‘누구나 포퓰리즘에 대해 말하지만 아무도 뭔지 정의하지 못한다’는 제목으로 강연까지 했을 정도로, 포퓰리즘 자체는 오래된 연구 주제다. 다만 그동안 포퓰리즘이란 개념이 도대체 뭔지 밝혀내려는 시도가 학계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최근 들어 포퓰리즘이 실제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측정하는 등 경험적 연구가 새롭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에서 ‘팀 포퓰리즘’(populism.byu.edu)을 주도하는 커크 호킨스 교수는 ‘포퓰리즘적 태도’를 드러내는 언어의 구성 요소들을 밝히고 유럽과 아메리카의 정치세력들에서 이것들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정치는 선과 악의 대립”, “의회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의지를 따라야 한다” 등 ‘포퓰리즘적 태도’를 드러내는 서술들이 정치지도자 연설이나 유권자 반응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측정하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포퓰리즘이 품고 있는 ‘반다원주의’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동안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한다는 관점에서 포퓰리즘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도 많았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현상,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유럽의 극우정당 득세 등 최근 현상에서 두드러진 것은 “우리들만이 정당한 국민의 대표”라는 인식과 주장이었다.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반다원주의가 포퓰리즘의 핵심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학자 얀베르너 뮐러는 <누가 포퓰리스트인가>(마티)에서 “엘리트를 비판하되 ‘일부가 전체를 대표한다’는 논리를 채택하지 않는 정치행위자와 진짜 포퓰리스트를 구별하고 판별하는 작업이 오늘날 유럽의 포퓰리즘 이론가들에게 주된 과제가 됐다”고 말한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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