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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한국형 체크바캉스 / 안재승

등록 2017-07-25 13:08수정 2017-07-25 19:12

여름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목을 빼고 기다려온 휴가지만 막상 떠나려면 비용 걱정이 앞선다. 수입이 뻔한 월급쟁이 처지에서 휴가비용 마련은 만만찮은 일이다.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002명을 대상으로 ‘2017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여름휴가를 간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78%다. 가족과 휴가를 떠난다는 직장인이 58%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연인과 함께(17%), 친구와 함께(16%), 혼자(6%) 등의 차례였다. 휴가기간은 평균 3.9일이며, 휴가지는 국내가 82%다. 휴가비용은 국내여행이 평균 54만원, 해외는 193만으로 잡았다.

경북 포항 월포해수욕장. 사진 경북도청 제공
경북 포항 월포해수욕장. 사진 경북도청 제공
세계에서 휴가를 가장 많이 즐기는 나라인 프랑스에선 1982년부터 ‘체크바캉스’를 도입했다. ‘휴가의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휴가 갈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국내여행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국민 휴가제도’다. 기업과 노동자가 여행 경비를 공동으로 적립하면, 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체크바캉스기금’이 교통·숙박·식사비용 등을 할인해준다. 노동자가 월 20~30유로(약 3만~4만원)를 내고 기업도 매칭펀드 방식으로 같은 금액을 부담하면, 이 돈을 적립하고 있는 체크바캉스기금이 발행하는 여행수표를 이용해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체크바캉스기금 가입 노동자가 약 400만명에 이르고 여행수표 유통금액이 15억유로(약 2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한국형 체크바캉스’ 도입 방안이 들어 있다. 한국형 체크바캉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4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 적이 있다. 노동자가 20만원, 기업이 10만원을 적립하고 관광공사가 10만원을 보조해 적립금을 만들어 국내여행을 지원하는 제도였다. 노동자들의 반응은 좋았으나, 예산 부족과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미비했던 탓에 한해만 시행하고 중단됐다. 말 그대로 맛보기로 끝났다. 정부는 제도와 운영방식을 정교하게 만들고 예산을 확보해 이르면 내년부터 재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한국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제도이면서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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