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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세력들

등록 2017-08-07 16:41수정 2017-08-07 20:50

성한용
선임기자

“아무것도 하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자칭 보수 논객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것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국정교과서 폐지에 대해 “내용이 무엇이 잘못돼서 폐지하냐”고 따졌다. 미세먼지를 줄이자니까 “국민 부담이 는다는 것부터 알려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장 인사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한 사람은 안 된다”고 딴지를 걸었다. 수서고속철도와 코레일 통합도 안 된다고 우겼다.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공무원 추가 채용, 탈원전 공론화,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자칭 보수 논객들의 저항과 반발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기업의 부담이 커져 경제가 재앙을 맞는다고 협박했다. 기업의 국내 탈출 러시를 예고했다. 공무원 한 명 뽑을 때마다 17억원이 더 든다고 걱정했다. 민주당에서 부자 증세, 법인세 인상을 들고나오자 ‘김동연 패싱’을 지적했다.

가장 격렬한 저항은 탈원전 공론화다. 한마디로 원전은 손대지 말라는 것이다. 원전이 오히려 친환경이라는 궤변도 서슴지 않는다.

정점은 7월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평가였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을 제시했다. 자칭 보수 논객들은 여기에 ‘세금 주도 성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국가 경제를 대상으로 불확실한 실험과 도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왜 이럴까? 의도는 확실하다. 정권교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정권이 바뀌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이게 정부냐”라거나 “삼류가 이류를 가르치려 한다”는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을 자꾸 듣다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큰일이 났고 곧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 난리 통에 청와대와 정부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고공 행진 중이다. 왜 그럴까? 자칭 보수 논객들의 날카로운 비판은 왜 사람들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이들의 논리가 철저하게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니다. 이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정책은 없다. 따라서 반대론은 대개 신중론의 외피를 뒤집어쓴다. 부작용을 먼저 없애고 개혁을 하자는 얘기는 개혁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난 10년의 학습을 통해 신중론 속에 숨겨진 기득권 세력의 반개혁 논리를 간파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문재인 정부 정책 당국자들의 침묵이다. 게을러서 그런지 실력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답답하기 그지없다. 모름지기 국정을 하는 사람들은 국민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자칭 보수 논객들의 격렬한 반대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최근 들어서야 현 정부의 개혁에 찬성하는 논객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타당성, 최저임금 인상의 불가피성, 탈원전 및 공론화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참여연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7%까지 올려도 인상의 효과는 크지만 대기업의 부담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7일 ‘문재인 정부 100일 사회경제정책 점검 토론회’를 했다. 정태인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극찬하며 만세를 불렀다. 그는 “정부 여당의 개혁세력, 특히 청와대의 개혁세력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며 “서로 부딪칠 게 틀림없는 기조들을 소득주도성장 중심으로 뚜렷하면서도 부드럽게 결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이런 설명을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에게 직접 듣고 싶어 할 것이다. 얼마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깔린 철학을 김수현 사회수석이 나서서 자세히 설명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길게 보면 담론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쪽이 승리한다. 개혁은 과감해야 하지만 논쟁은 치열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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