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협동조합 국민티브이 이사 국회 개헌특위가 활동 중이다. 정부 형태를 놓고 의견이 대립되어 있다. 크게 보아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그러나 헌법의 존재 의의가 국민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에 있는 만큼, 그 목적만 달성된다면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선진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제인 나라는 미국 정도? 이렇게 내각제로 운영되는 나라가 많은 것을 보면, 그것이 대통령제보다 더 나은 것인가 싶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의원내각제에서는 국회가 내각을 조직하는 권한을 가진다. 다수당 내지는 다수를 이룬 연합정당들이 국회를 지배하고, 행정부도 다수당내각 또는 연립내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정당을 통한 정치가 행하여진다. 즉, 의원내각제는 국회와 정당의 우위를 요소로 한다. 최근 우리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마주한 바 있다. 법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조윤선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제보받은 내용의 증거가 조작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혐의를 받는 정당의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하였다. 판결과 결정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아니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논리 전개 과정도 여러 모순점을 가지고 있어 이해할 수 없기는 하다. 하지만 법리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심리나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이상 그 판결과 결정의 토대가 된 사실인정을 반박할 방법은 달리 없다. 그런데 그 사실관계에서 일단 받아들이더라도 그에 나타난 일부 국회의원과 정당의 행태는 참으로 심각하다. 먼저, 조윤선 수석에 대한 판결을 보자. 그 판결에 의하면, 그는 국회의원과 장관, 정당 선대위 대변인을 역임했는데,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정무비서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했거나 이를 토대로 지원배제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즉, 수석비서관이 그와 업무를 같이 하는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음, 이용주 단장에 대한 결정을 보자. 그 결정에 의하면, 이 단장은 국회의원인데, 제보 증거조작에 관여한 최고위원으로부터 조작된 증거를 받아 이를 공명선거추진 수석부단장들에게 넘겨주었을 뿐, 그들로부터 그 허위성에 관한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즉, 단장이 하급자인 수석부단장에게 자료를 건네고도 그 이후 사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은 국회의원이거나 국회의원을 지냈고, 각각의 정당에서 대변인 또는 선거기구의 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소관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지 제대로 챙겨보지 않은 점, 하급자로부터 보고를 받지 않은 점도 비슷하다. 아니 보고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받지 못한 것이고, 그렇게 보고를 받지 못한 것에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이렇게 무능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고 장관이라니! 중요한 보고가 누락되어도 무방할 만큼 기강이 무너져 있는, 그리되어도 무관심한 사람들이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정당이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의원내각제라면? 이렇게 무능하고 무질서한 사람이나 정당들도 연합해서 정권을 가질 수 있다.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제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이런 자들과 그들이 속한 정당이 있는 한, 국회와 정당이 우선시되는 의원내각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안 된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혹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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