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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임대소득세’가 없는 나라 / 황보연

등록 2017-08-13 17:48수정 2017-08-13 21:57

황보연
정책금융팀장

“임대소득은 기득권층, 가진 자들의 것인데 사회 갈등이 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잘 안 건드린다.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최근 당·정·청 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부자 증세’ 논의를 촉발한 장본인인 추 대표에게 ‘추가 증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규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서도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위한 방안은 빠졌다.

하지만 임대소득세 문제는 더 이상 중장기 과제로만 미뤄둘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그동안 임대소득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 대표적 과세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과세당국이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실제 과세 범위도 지나치게 좁혀놨기 때문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2011년에 펴낸 책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세계에서 유일한 전세제도를 빌미로 임대소득세가 무력화돼, 양도소득세나 보유세를 통해 다주택 문제에 접근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우선 정부와 과세당국은 임대소득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해서 공개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집을 두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 가구는 2015년 기준 272만5천가구(전체 가구의 14%)에 이른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이들 가구가 전체 주택(공공임대 포함) 가운데 60%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사는 집 외에 투자 목적 등으로 가지고 있는 집이 그만큼 많다는 뜻인데, 이 중에는 임대소득을 벌더라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이들이 태반일 것이다.

이런 현실은 전월세 등으로 사는 임차가구가 749만가구(2015년)에 이르지만 임대주택 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 수는 46만채에 그친다는 통계에서도 엿보인다. 정부가 나서지 않자, 최근 참여연대는 2015년 기준 다주택자의 임대소득 규모가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20조원을 웃돈다는 추정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해 기준으로 신고된 임대소득 총액은 1조6천억원대에 불과했다.

정부는 일단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소득세법대로라면 세부담이 너무 낮아, 과세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단적으로, 전세보증금의 경우, 3억원 초과분의 60%에서 예금이자율을 따져 간주임대료로 산정해 과세하는데 전세보증금이 10억~20억원에 이르더라도 2주택 이하인 경우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다주택자나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소유한 경우도 연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선 과세 시기를 미루고 미뤄, 아직 비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연 2천만원의 근로소득을 버는 이들이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 정부·여당 쪽 인사들은 “여론이 무르익을 때” 마지막 카드로 쓰겠다는 내심을 언뜻언뜻 내비치곤 한다. 실제 임대소득 과세에 대해서도 은퇴자들의 생계형 임대소득에까지 세금을 매겨야 하느냐는 등 반발 여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보유세·임대소득세 부담이 지금처럼 낮은 상황에선 고가 주택을 여러채 보유해 투기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가동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공론화위를 꾸린 것처럼, 공정 과세를 위해서도 더욱 적극적인 공론화에 나서는 건 어떨까.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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