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정치팀 기자 “페친 여러분, 무더위 속에 건강 잘 지키시고, 행복한 휴가철 보내시길 바랍니다.^^” 부스스한 머리, 초점 없는 눈, 수갑을 채운 손목. 폭염과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지지자들은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6차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선 것은 8월1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었을 때다. 그로부터 채 2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페이스북은 기록한다. 자신을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써준 사람은 ‘이번 생은 틀렸어’ 정신줄 놓고 있을 때, 한껏 웃는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페이스북 친구들의 휴가를 챙기는 이가 있었다.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1년7개월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둥 간첩 잡던 이가 경제에도 밝은 척을 하면서. 3056명이 좋아요, 최고예요, 멋져요를 눌러줬다. “페친 여러분, 무더위 속에서도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 닷새 전인 7월27일 오전에도 그랬다. 몇 시간 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법원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다. “물샐틈없는 안보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두드러기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이가 한껏 웃는 이모티콘을 어김없이 써가며 안보에도 밝은 척을 하고 있을 때, 그가 수십년 선배로 모셨을 김 전 실장에게 법원은 징역 3년을 때렸건만, ‘오늘은 혼자 있고 싶은 날ㅠㅠ’ 같은 글은 절대 쓰지 않는 상남자는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확인하고 있었을 것이다. 3615명이 좋아요, 최고예요, 멋져요를 눌렀다. “그동안 부족한 제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큰 역할을 해달라고 해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엿새째인 3월15일. 넉 달 넘게 대통령 코스프레에 빠져 있던 이가 한껏 웃는 이모티콘을 달았다. “오늘 저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앞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다하겠다고 국민들께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선 그가 불출마 고심을 그렇게 오래 한 것도 신기하고,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그렇게 신이 난 것은 더 황당하다고 쑤군거렸다. 좋아요, 최고예요, 그리고 슬퍼요를 누른 사람은 3818명이었다. 그에게 ‘박근혜 탄핵’은 그저 궐녀(厥女)의 일이다. “황망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38차 공판을 위해 예의 처량한 차림으로 법정에 나선 7월18일, 또 국정농단 40년 지기 최순실과 법정에서 마주한 5월30일. 그의 페이스북은 억울한 심정을 급하게 알렸다. ‘그러면 그렇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몹쓸 기자를 탓하며 무릎을 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저에 대한 명백한 거짓 이야기가 일부 언론과 일부 정당에서 주장되고 있군요.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하도 황당해서 몇 글자 올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검찰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자기에게 닥칠 화만 걱정하는 그런 사람이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재수사가 시작되자, 왜 그런지 그의 페북 글도 잦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위대한 나라”, “새로운 도약”. 폭망 정권의 2인자였던 그는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친박계도 민망해 말을 줄인 요즘이다. 황교안, 그 입 다물라.^^ namfic@hani.co.kr
정치팀 기자 “페친 여러분, 무더위 속에 건강 잘 지키시고, 행복한 휴가철 보내시길 바랍니다.^^” 부스스한 머리, 초점 없는 눈, 수갑을 채운 손목. 폭염과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지지자들은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6차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선 것은 8월1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었을 때다. 그로부터 채 2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페이스북은 기록한다. 자신을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써준 사람은 ‘이번 생은 틀렸어’ 정신줄 놓고 있을 때, 한껏 웃는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페이스북 친구들의 휴가를 챙기는 이가 있었다.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1년7개월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둥 간첩 잡던 이가 경제에도 밝은 척을 하면서. 3056명이 좋아요, 최고예요, 멋져요를 눌러줬다. “페친 여러분, 무더위 속에서도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 닷새 전인 7월27일 오전에도 그랬다. 몇 시간 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법원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다. “물샐틈없는 안보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두드러기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이가 한껏 웃는 이모티콘을 어김없이 써가며 안보에도 밝은 척을 하고 있을 때, 그가 수십년 선배로 모셨을 김 전 실장에게 법원은 징역 3년을 때렸건만, ‘오늘은 혼자 있고 싶은 날ㅠㅠ’ 같은 글은 절대 쓰지 않는 상남자는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확인하고 있었을 것이다. 3615명이 좋아요, 최고예요, 멋져요를 눌렀다. “그동안 부족한 제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큰 역할을 해달라고 해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엿새째인 3월15일. 넉 달 넘게 대통령 코스프레에 빠져 있던 이가 한껏 웃는 이모티콘을 달았다. “오늘 저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앞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다하겠다고 국민들께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선 그가 불출마 고심을 그렇게 오래 한 것도 신기하고,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그렇게 신이 난 것은 더 황당하다고 쑤군거렸다. 좋아요, 최고예요, 그리고 슬퍼요를 누른 사람은 3818명이었다. 그에게 ‘박근혜 탄핵’은 그저 궐녀(厥女)의 일이다. “황망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38차 공판을 위해 예의 처량한 차림으로 법정에 나선 7월18일, 또 국정농단 40년 지기 최순실과 법정에서 마주한 5월30일. 그의 페이스북은 억울한 심정을 급하게 알렸다. ‘그러면 그렇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몹쓸 기자를 탓하며 무릎을 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저에 대한 명백한 거짓 이야기가 일부 언론과 일부 정당에서 주장되고 있군요.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하도 황당해서 몇 글자 올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검찰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자기에게 닥칠 화만 걱정하는 그런 사람이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재수사가 시작되자, 왜 그런지 그의 페북 글도 잦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위대한 나라”, “새로운 도약”. 폭망 정권의 2인자였던 그는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친박계도 민망해 말을 줄인 요즘이다. 황교안, 그 입 다물라.^^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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