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팀 선임기자 한반도에는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가 있었다. 최근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들 핵무기를 다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을 보면서, 그때 핵무기가 없었던 북한은 어떻게 버텼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당시 주한미군의 핵무기 반입은 엄밀히 말하면 정전협정 위반이었다. 정전협정 13조 (d)항은 한국 국경 밖에서 새로운 무기를 들여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군은 57년 6월 군사정전위에서 공산 측이 협정를 위반하고 있다며 13조 (d)항의 효력 정지를 선언한 뒤 이듬해 핵무기를 반입했다. 항공기 투하용 핵폭탄도 있었고, 핵탄두 미사일이나 대포용 핵폭탄도 있었다. 가장 많을 때인 1967년엔 950발이 배치돼 있었다고 한다. 이젠 남북의 처지가 바뀌었다. 남에 있던 핵은 철수했고, 북은 없던 핵을 만들었다. 과거 60년대~80년대는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다. 비핵국가였던 북한은 당연히 소련의 핵무기에 의존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시 북한이 소련의 전술핵을 도입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전술핵무기 재배치’ 문제로 소란스러운 것에 견주면, 우리 사회가 폐쇄적인 북한과 달리 내부 논란을 숨길 수 없는 개방된 사회인 탓도 있겠지만 좀 호들갑스러운 면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에는 대북 적대감이 만연해 있는 편이다. 북핵에 대한 안보 우려와 경계심도 크다. ‘공포의 균형’을 위해 우리도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단순 논리로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주장하는 것은 국내외 논란만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 미국은 해외 배치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1970년대만 해도 전술핵무기 7천발 이상을 해외에 전진 배치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전술핵무기 철수’ 선언 등을 거치며 크게 감축됐다. 2016년 말 현재는 항공기 투하용 핵폭탄인 ‘B61’만 500발 정도가 있고, 이 중 150발이 유럽에 배치돼 있다고 한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이런 핵 감축 흐름을 뒤집는 결정이다. 지난 3월 <뉴욕 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방안까지 포함한 모든 대북 옵션이 논의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한국 방문을 수행한 백악관 외교정책보좌관은 기자들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다시 들여올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정책 변경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자칫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 될 수 있다. 전술핵무기가 들어오면 무엇보다 당장 현실적인 문제는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다. 주한미군이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면 중국은 사드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반발이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의 핸스 크리스텐슨에 따르면,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됐던 1970년대 군산 공군기지는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 필리핀의 클라크 기지와 함께 중국 타격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한다. 한-중 관계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전술핵무기 문제가 더 얹힌다면 한-중 관계는 회복 불능이 될 수 있다. 북한이 3일 또다시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겠다. 그래도 사드 배치의 전철을 밟으면서까지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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