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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귀 기울이는 관료’ / 이창곤

등록 2017-09-06 17:57수정 2017-09-06 19:57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들어가서 보니 전부 관료들이고 나 혼자였습니다. 생산적 복지란 틀을 만들 때도 그렇고,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 때도 그렇고 경제 관료들이 엄청나게 반대했습니다.”(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김성재씨)

“대통령과 대통령이 데리고 간 사람들이 행정부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을까요?”(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김용익씨)

이른바 민주정부 시기에 국정에 참여했던 두 전직 교수의 회고담이다. 행정을 집행하는 관료가 국정 철학과 방향에 복무하도록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일이 국정 운영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임을 성찰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어쩌면 더 실질적인 요소는 관료가 시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관료는 정책을 집행하는 단순한 도구나 전달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군림하는 지배자 행세도 해, 정책의 최종 성격은 관료가 어떤 태도로 시민을 대하고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해 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여, 커밀라 스타이버스란 미국 학자는 공공행정의 핵심 요소로 ‘귀 기울이는 관료’란 개념을 일찍이 제시한 바 있다. 공무원들이 시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시민들도 정부 메시지를 신중히 경청한다는 게 그의 연구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로서 경제·사회적 대전환을 이뤄내야 하는 시대적 책무를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선 정책 내용을 잘 짜는 일만큼이나 보수정부에서 오랜 시간 일한 공무원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무엇보다 어떻게 이들이 시민의 뜻에 귀 기울이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복지재정을 놓고 일부 경제관료들이 어깃장을 놓는다는 말이 나오기에 떠올린 단상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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