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인 겸 평론가인 도로시 파커. 앨곤퀸 호텔 누리집 갈무리
도로시 파커(1893~1967). 시인,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평론가였다. 신랄한 독설과 풍자로 유명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3번의 이혼, 알코올중독, 우울증, 자살 기도,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파커의 삶에는 2개의 뉴욕 호텔이 있다. 전성기였던 1920년대, 맨해튼의 앨곤퀸 호텔에서 평론가들과 함께 세상과 문학을 논했다. ‘앨곤퀸 라운드 테이블’의 전설을 그렇게 쌓았다. 또 하나는 볼니 호텔. 센트럴파크 인근 레지던스 호텔인 이곳에서 홀로 말년을 보냈고, 숨진 채 발견됐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염문을 뿌렸고,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장례식에 유일하게 참석했고, 영화 <스타 탄생>(1937) 시나리오를 써 아카데미 각본상도 받았으나, 2차대전 이후 좌파로 찍혀 미 연방수사국(FBI)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자신의 재산을 마틴 루서 킹 목사에게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묘비명은 “먼지를 일으켜 죄송합니다”이다. 말 그대로 불꽃처럼 살다 갔다. 파커가 묵었던 앨곤퀸 호텔 1106호는 ‘파커 스위트(suite)’로 이름 붙여 특별상품화되어 있다.
최영미 시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로망이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이라며, 홍대 앞 ㅇ호텔이 1년간 방을 준다면 평생 홍보대사를 하겠다고 썼다. 시인은 지난 1일 코엑스 강연에서도 파커의 시를 소개하며 ‘호텔’ 이야기를 했다. “주변에 호텔 하는 사람 알면 전해달라”고 농담하며 함께 웃었다. 9일 그는 집주인한테서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고,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띄웠다. 이후 ‘갑질’ 논란에 휘말려 ‘공짜로 방 달라고 한 게 아니다’라는 해명을 해야 했다. 1920년대 미국의 시인은 호텔에서 글을 썼고, 90년 뒤 한국의 시인은 그런 ‘꿈’만 꾼다.
최 시인의 첫 글에선 치기와 도발이 느껴진다. 시인의 존엄이 사라진 세상에 내뱉는 소리처럼. 시인의 ‘로망’이 이뤄지는 세상, 시인 아닌 이의 ‘로망’이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