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카지노 타운인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야경. 픽사베이 자료사진
“아내는 내게 화를 낸 적 없고, 나와 내 친구들에게 친절했네/ 나는 도박에 미쳐 헌신적인 그녀를 멀리했다네/ 아내는 냉담하고 장모는 미워하네, 가엾은 남자를 위로할 이 없네/ 더는 노름하지 않겠다 결심하니, 친구들은 떠나고 홀로 남았네/ 갈색 주사위가 보드 위를 구르면, 나는 애인을 찾듯 또 그곳으로 가네.”
힌두교 경전이자 산스크리트어 최고의 문헌 <리그베다>에는 ‘도박꾼의 탄식’이란 시가 실려 있다. 도박에 대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기원전 11세기로 추정)인데도 지금 현실처럼 생생하다. 본디 <리그베다>는 신들에 대한 찬가와 기도문을 담은 방대한 문집이지만, 신과는 상관 없어보이는 일상의 다양한 체험을 묘사한 시들도 꽤 실렸다.
도박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정육면체 주사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수메르 문명의 발원지인 이라크 북부에서 발굴됐다. 기원전 3000년께 만들어진 걸로 추정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검투사들의 사투, 전차 경주, 복권 따위에 돈을 걸고 환호했다. 7세기 이후 유럽과 아시아로 급팽창한 이슬람권에서 도박은 알라가 금지한 일탈로 단죄된다. “사탄은 술과 도박을 통해 그대들 사이에 적의와 증오를 유발하며 신을 기억하고 예배하는 걸 방해하노라.”(쿠란 9장 51절) 오늘날 다른 많은 나라에서 도박은 공인 도박장인 카지노(Casino)를 기준으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갈린다. ‘카지노’는 이탈리아어로 별궁·저택·사교클럽을 뜻하는 ‘카사’(Casa)가 어원이다.
오늘날 카지노 산업은 소득 증대뿐 아니라 다른 유관 산업과 결합하면서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글로벌 카지노 기업들은 ‘갬블링’(도박)을 ‘게이밍’(게임)이란 용어로 순화(?)하고, ‘마이스(MICE. 미팅, 인센티브 관광, 컨벤션, 전시) 산업’의 전도사를 자처한다. 현재 국내의 관허 카지노 17곳 중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곳은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1998년 폐광지역의 경제 개발을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지역민의 새로운 미래가 아니라 기득권층의 오래된 적폐에 가까웠다. 20주년을 맞는 내년엔 달라질까?
조일준 디스커버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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