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시(SPC)그룹은 고 허창성 창업주가 1945년 황해도 옹진에서 문을 연 ‘상미당’이라는 작은 빵집이 모태가 됐다. 상미당은 1948년 서울로 옮겨와 지금의 을지로 방산시장 부근에 자리잡았고, 1959년 용산에 삼립제과공사(삼립식품)를 설립하면서 기업 형태를 갖췄다. 1960년대 크림빵과 식빵, 70년대 호빵과 호떡 등 히트상품들을 잇따라 내놓아 국내 100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허창성 창업주는 삼립식품은 장남에게, 차남인 지금의 에스피시그룹 허영인 회장에겐 자회사인 샤니를 넘겨줬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 매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였다. 장남이 맡은 삼립식품은 리조트 사업 등 무리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다가 외환위기를 맞아 1997년 부도가 났고 이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허 회장은 빵에만 집중하며 한우물을 팠다. 그는 33살의 나이에 미국제빵학교(AIB)로 유학을 가 제빵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1980~90년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새로 내놓는 브랜드마다 성공을 거두면서 사세를 확장했고, 2002년엔 삼립식품을 다시 인수했다. 2004년 출범한 에스피시그룹은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돌파했고, 2030년 매출 20조원, 전세계 매장 1만2000개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꿈꾸고 있다.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는 제빵에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 김탁구가 온갖 역경을 헤쳐내고 마침내 최고의 제빵기사가 된다는 내용으로, 마지막회 시청률이 50.8%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제빵왕 김탁구> 이후 시청률이 50%를 넘는 드라마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드라마 소재가 허 회장의 일대기라는 이야기가 나돌았으나, 순수 창작물로 허 회장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다만 김탁구와 허 회장 모두 어릴 적부터 빵 냄새를 맡으며 자랐고 빵에 대한 열정으로 ‘제빵왕’이 됐다는 점에선 닮았다. 에스피시그룹은 제빵기사 대역 지원과 기술 자문 등 <제빵왕 김탁구> 제작을 후원했고, 드라마에 나온 빵을 상품으로 만든 ‘탁구빵 시리즈’ 9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에스피시그룹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한다. 제빵에선 무엇보다 제빵기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마 허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기본원칙에 충실할 때 바람직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 관련 기사 : 제빵기사 직접고용 땐 파리바게뜨 위태롭다고?
▶ 관련 기사 :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논란을 바르게 보는 법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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