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됐다 복직한 이갑호씨는 날마다 야근이다. 지난 5월 출시한 G4 렉스턴이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1위를 질주하며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토요일까지 잔업 3시간을 더해 하루 11시간, 주 63시간 일한다. 법정 노동시간인 주 40시간보다 23시간이나 많다. 저녁이 ‘없는’ 삶이다. 근로기준법 56조에 따라 회사는 연장·휴일·야간노동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더 줘야 한다. 그런데 쌍용차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이라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이유로 토요일 특근에 대해 중복할증(연장 50+휴일 50=100%)을 주지 않았다. 2009년 환경미화원들이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후 현재 대법원에 14건의 사건이 계류돼 있다. 법원은 11건에서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이라고 판결해 노동자 손을 들었다. 3건도 혼란을 이유로 별도 입법 조처를 요구했다. 2011년 11월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양승태 대법원은 6년이 되도록 선고를 미뤘다. 공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넘어갔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10월16일 문재인 대통령도 행정해석이 위법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정부가 법대로 행정해석을 고치면 쌍용차 이갑호씨의 근무시간은 52시간을 넘지 못한다. 63―52, 11시간이 남는다. 5명당 1명꼴로 충원해야 계획한 차를 만들 수 있다. 현대나 기아차처럼 2교대로 바꾸면 된다. 해고자 복직과 신규채용으로 일자리도 늘어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늘린 기업인을 업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최종식 사장은 근로기준법 52조(연장근로의 제한)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적폐청산이 한창이다. 국민 지지도 높다.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이 세계 최고인 나라, 불법 노동시간과 불법 사내하청(파견)은 노동적폐의 핵심이다. 행정해석을 바로잡고 노동법 위반을 엄벌하면 된다. ‘친노동’이 아닌 노동법치의 회복이다. 정경유착의 끝판왕 박근혜가 재벌 3대 세습과 구속 총수 석방만 한 게 아니었다. 전경련과 함께 재벌이 청부한 노동법 통과를 위해 거리서명까지 벌였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와 전경련이 강판당하자, 대한상의가 구원투수로 나와 문재인 정권에 유인구를 던졌다. 10월25일 민주당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초대해 노동 3대 현안 ①노동시간 단축 유예와 중복할증 금지 ②최저임금에 상여금·복리후생수당 포함 ③통상임금 산입 범위 축소를 로비했다. 노동시간. 근로기준법을 바꿔 단계별로 적용하면 유예기간 동안 52시간이 넘는 직무를 떼어내 외주-하청화하면 된다. 수당을 50%만 줘도 되니 사람 안 뽑고 주말에도 일을 시킨다. 불법 초과근무가 판친다. 최저임금. 상여금이 400%인 노동자의 올해 최저연봉은 2163만원(135만원×16개월)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월 22만원 넘게 올랐다. 사장님은 부담스럽다. 그런데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어도 되게 법이 바뀌면, 그는 상여금을 나눠 월 157만원을 맞추는 방안을 찾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도루묵이 된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중복할증을 금지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300인 미만은 5년 뒤에나 적용하는, 홍준표보다 더 나쁜 안을 내놨다.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식대를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노동계의 욕을 먹더라도 총대를 메겠다”는 말도 나왔다. 재계는 노동자 출신인 홍영표를 낚았다. 적폐청산의 기회. 자본은 이렇게 치밀한데, 노동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