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작가들은 엉덩이로 일하고 걸으면서 쉰다고 한다. 사무직도 대개 앉아서 일한다. 건강에 좋다며 의자 없는 사무실 열풍이 불었던 적도 있다. 저지방 요구르트를 찾는 대식가처럼 배부른 소리다. 서 있는 건 괴롭다. 필리버스터를 서서 해야 하는 이유다. 국제적인 의회 규범이다. 앉을 수 있다면 누구든지 하루 종일 시간을 질질 끌 수 있다. ‘입법 해적질’을 벌일 만큼 보호가 절실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지불하는 관례적 비용인 셈이다. 그 정도 비용이 아깝다면 그 정도 가치가 아닌 것이다. 발언대 뒤에서 앉을 권한은 의장에게만 주어진다. 그래서 ‘체어맨’이라고 부른다. 국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은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려던 이종걸 의원이 세웠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친 뒤 그는 의자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다. 12시간31분! 벅찬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매일 느낀다는 그 기분 말이다. 학생들은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질색한다. 내 또래는 차라리 이삿짐을 나르거나 막노동을 뛰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급직을 경험한 듯한 내 여자친구는 창문과 에어컨 없는 사무실에서 열사병에 걸리고, 하루 종일 전화를 돌리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고장난 전동셔터 버튼을 누른 마지막 사람이란 이유로 넉달치 봉급을 차압당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가장 힘들었던 직장으로 서서 일했던 롯데리아를 꼽는다. 일주일을 못 버티고 ‘앉는 알바’를 검색해 만화방으로 옮겼다. 같이 시작했던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과거엔 첫주 봉급이 없는 패스트푸드점이 많았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역시 들를 때마다 아르바이트생이 바뀐다. 백화점 명품관 직원들은 구두까지 신고 서 있다. 휴게실 바닥에 골판지를 깔고 누워 쉰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항공기 승무원들은 하늘에서도 서 있다. 오직 승객과 대화할 때만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앉는다.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접대의 규칙이 바뀌어 눈높이를 손님보다 낮게 둬야 한다. 문득 수업 시간에 떠들면 나가서 서 있어!라고 외치던 선생님이 떠오른다. 서 있는 것만으로 체벌이 성립했다. 학생들은 피로의 크기만큼 자신을 세운 교사의 권위를 확인한다. 어떤 손님들은 노동자가 느끼는 체벌의 고통만큼 가학적인 만족감을 느낀다. 딱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 됐다고 느끼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정신질환자를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다. 스웨덴 가구 매장 이케아의 계산대에서 너무 쉬운 해답을 찾았다. 바 스툴. 완벽한 발명품이었다. 다리가 네 개 달렸고 상판은 편평한 60센티미터 높이의 물건. 그 발명품의 이름이 바 스툴인 이유는 길쭉한 판자를 뜻하는 ‘바'가 있는 곳을 어디든 따라다니는 의자라서다.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없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계산대 직원들은 거기 앉아서 일한다. 일을 하는 더 편리한 방법을 권장하는 영리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문화다. 더 영리해서 더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를 줄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사업자의 의무로, 그 시책 마련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다. 근로기준법은 노동환경 기준이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을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사업자가 노동자 수대로 의자를 구비토록 하고 거기 앉아서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앉아서 일할 수 없는 직종에는 적어도 두 시간마다 앉아서 휴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반대할 명분이 있는가? 필리버스터로 증명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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