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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가래떡 데이’와 한-미 FTA

등록 2017-11-12 19:51수정 2017-11-13 09:42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농민단체 회원들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농민단체 회원들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1일 중국은 하루 종일 ‘광군제’ 열기로 뜨거웠다. 광군제는 매년 11월11일 온라인쇼핑을 중심으로 열리는 할인판매 행사인데, 올해 매출액이 28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11월11일은 보통 ‘빼빼로 데이’로 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농업인의 날’이다.

정부는 1996년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법정기념일이다. 11월11일로 정한 배경엔 ‘농민은 흙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삼토(三土) 정신’이 있다. 토(土)자를 풀어서 보면 열십(十)자와 한일(一)자가 되는데, 이를 아라비아숫자로 바꾸면 11이 되고 1년 중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것이다. 그래서 기념식도 11월11일 11시에 맞춰 열린다.

정부는 농업인의 날이 빼빼로 데이에 묻히자 2006년부터 ‘가래떡 데이’ 행사를 시작했다. 11월11일이 가늘고 긴 가래떡을 4개 세워놓은 모양이라는 데서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빼빼로 대신 우리 쌀로 만든 전통음식인 가래떡을 주고받으며 농업인의 날을 널리 알리자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도 7일부터 11일까지를 ‘가래떡 데이 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농업인의 날 하루 전인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열렸으나 농민단체 회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파행 끝에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가 그동안 “농업에서 추가 개방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농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 2012년 협정 체결 당시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 농업이 많은 양보를 했고 그 결과 큰 피해를 봤지만, 손실 보전을 위한 후속 대책은 여전히 겉돌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많은 혜택을 본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농어촌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모금액은 54억원에 그친다.

정부는 어쨌든 공청회를 열었으니 조만간 국회 보고를 끝으로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그래선 안 된다. 농민들과 더 대화하고 불안감을 풀어줘야 한다. 농업은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농업은 식량 안보, 식품 안전, 국민 건강, 환경 보전 등 공공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 관련 기사 : 한-미 FTA 개정 ‘요식’ 공청회…농민들 “더는 안속아”

▶ 관련 기사 : 부실한 자료 내놓고…“농업 추가 개방 없다” 믿으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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