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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마지막 과학세대 / 김우재

등록 2017-11-13 17:54수정 2017-11-13 18:57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3주간 한국의 각 대학을 방문했다. 교수들의 관심사는 연구비와 대학원생의 부족이다. 일정을 쪼개 들른 제주에서, 현행 헌법 경제 장의 127조에 있는 과학기술의 경제적 종속 관련 부분을 제거하고, 대신 총강에 과학에 대한 국가의 장려를 기술하자는 의견을 나눴다. 여러 의견 중 “국가는 기초학문을 육성하고 학술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는 안으로 중지가 모였다. 원안은 “국가는 과학기술의 장려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였다.

학문의 위기는 모든 분야에 균일하지 않다. 대학이 취업을 제1의 목표로 삼으면서 가장 먼저 도태되는 분야는 기초학문이다. 자연과학은 고사 중이고, 인문학은 이미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과학기술 헌법 미팅에서 ‘기초과학’이냐 ‘기초학문’이냐를 두고 의견을 나눈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멸종 중인 것은 한국의 기초학문이다.

한국의 연구비 사정은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다. 특히 새롭게 시작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활동은 건국 이래 최초로 현장 연구자에 의한 과학기술정책의 개혁을 기대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미 기울어버린 기초학문의 운동장이다. 서울대조차 대학원생 인력수급을 이야기하는 마당인데, 한국 기초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정책은 너무나 안이하다.

이 상태로 10년이면 한국의 기초학문 후속세대는 멸종한다. 그렇게 보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급속히 다가오는 인구절벽 때문이다. 2020년대 대학의 신입생은 급감하고, 곧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사회와 대학이 계속해서 취업을 대학의 목표로 합의할 경우, 기초학문은 대학에서 퇴출될 것이고, 인구절벽과 더불어 한국의 대학은 취업을 향해 달리는 온갖 기괴한 학과의 경연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매듭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의문이지만, 관료들이 제시할 단기간의 성과 위주 정책만은 멀리해야 한다. 자신의 밥그릇만 생각하는 관료사회와 선배 학자들의 이기주의가 대학을 이렇게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학문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학자들이 많았다면 인문학의 위기를 교수집단의 밥그릇 논쟁으로 날려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과학까지 그렇게 잃을 수는 없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모두가 합의해야 할 몇 가지 지침이 있다.

첫째,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기초과학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의 눈치만 봐왔던 선배 세대 과학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개혁의 기회를 통해 젊은 세대 과학자가 당당히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둘째, 대학원만 외국인 학생에게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교육받은 그들에게 교수와 강사 자리도 개방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외국 유학생의 물결도 어느 순간 멈추게 될 것이다. 대학의 국제화는 단지 영어 사용 비율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캠퍼스에서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만나고, 한국인으로만 이루어진 균질적인 교수사회가 국제화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출연연구소 개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의 확보를 도모하고, 기초과학 전공자들이 머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포화상태고 기업은 기초과학 전공자를 뽑지 않는다. 정부가 그 임시공간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기초과학 전공자의 수를 조절해 나가야 한다.

넷째, 그런 의미에서 현행 기초과학 박사학위자의 수를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전액 장학금 혹은 펠로십으로 운영되는 기초과학 대학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나친 박사학위 남발로 망가진 기초과학의 인력수급이 정상으로 돌아올 방법이 없다.

우리가 기초과학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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