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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낙타 행렬과 격차 사회 / 이창곤

등록 2017-11-19 18:17수정 2017-11-19 19:21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폴리 토인비 <가디언> 칼럼니스트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폴리 토인비 <가디언> 칼럼니스트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낙타는 고래로 오랫동안 열사의 땅을 도시 문명과 잇대어주는 유일한 운송수단이었다. 이들 무리가 한 줄로 늘어서 모래구릉과 텅 빈 사막을 건너는 모습을 아마도 사진이나 영화 속에서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폴리 토인비는 최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한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낙타 행렬을 ‘격차 사회’의 모습을 나타내는 상징어로 비유했다.

“선두의 낙타들은 점점 더 빨리 달려 저 멀리 모래언덕 너머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행렬의 마지막에 있는 무리는 점점 뒤처지는 풍경 말입니다. 이 간극은 더 크게 벌어져 이제 더는 양극단 사이에서는 서로를 볼 수조차 없습니다. 행렬은 갈라져 마침내 붕괴합니다.” 행렬의 선두는 소득 수준이 상위 1%에 속하는 부유층이다. 토인비는 “이들 부유층은 영국 아이 중 오직 7%만이 사립학교에서 교육받는 사실도 모른 채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고,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분리된 울타리 안에서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영국 사회의 불평등을 지적했다. 이어 토인비는 “어느 시점이면 삶이나 경험이 너무나 달라져서 더는 한 행렬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각자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의 낙타 행렬 비유가 어디 영국만의 것이겠는가? 경제 규모 11위를 자랑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저임금(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 계층이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나라가 또한 한국이다. 유명한 역사 연구가 아널드 토인비의 손녀이기도 한 폴리 토인비는 역사의 진보는 필연이란 말도 이젠 그릇된 것이라고 역설한다. “진보란 결코 필연적이지 않습니다. 틈만 나면 거꾸로 되돌리고자 하는 보수세력으로부터 언제나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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