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는 사장을 60명의 방송위원들이 뽑는다. 전국 16개 주에서 추천한 지역대표는 물론 노조와 사용자단체, 직능단체 대표 등 각종 이익·사회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 방송위에서 5분의 3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2001년 12월에는 사장 선출에 실패해 이듬해 3월 3차 투표까지 가서야 겨우 후임자를 뽑았다.
나라마다 독특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나 의회 등 정치권이 선정한 전문가들이 모여 사장을 선출하거나, 각종 사회·이익단체 등이 추천한 시민대표들이 뽑기도 한다. 정부가 중심이 돼 이사를 선임하는 영국 <비비시>(BBC)나 총리가 추천해 의회 동의를 받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가 전자의 대표적 사례라면, 독일은 후자에 속한다.
여야 정당 추천 이사들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해온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 편향’ 비판을 고려해 이사 3분의 2의 찬성을 얻도록 한 특별다수제가 대안으로 검토돼왔다. 그러나 일부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든 항상 여당 편이 될 준비가 된 기회주의자만 뽑힌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용마 <문화방송> 해직기자는 대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성별·연령별·지역별·학력별 비례로 국민대리인단을 꾸려 여기서 선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최근 시민 200명으로 국민위원회를 꾸려 이들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고,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발 나아가 19살 이상 국민 100명 이상을 무작위 선발해 이들이 직접 사장을 뽑는 이른바 ‘이용마 법’을 제안했다. 원전 공론화위와 비슷한 개념으로 독일식 시민참여형에 가깝다.
마침 문화방송 사장 인선에 들어간 방송문화진흥회가 12월1일 후보자들의 정책설명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뒤 국민 의견을 수렴해 7일 면접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행법 아래서나마 이용마 법 취지를 도입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방송문화진흥회 회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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