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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주권자를 위한 선거는 없다 / 서복경

등록 2017-12-06 18:17수정 2017-12-06 20:06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지난 12월1일, 시민단체 활동가 22명이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모두 합쳐서 1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체 이들은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해서는 안 되는 집회를 했고 써서는 안 되는 확성기를 썼으며 들어서는 안 되는 피켓을 들었기 때문에 유죄라고 한다. 그깟 집회 좀 하고 피켓 좀 들었다고 범죄자가 되나? 지난겨울 우리는 누구든 집회에 참여했고 아무나 피켓을 들었으며 자유롭게 마이크 들고 발언하지 않았던가. 집회 참여자 중 누구도 범법자로 처벌받지 않았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좀 더 살펴보자.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의 시민단체 1천여개가 모여 총선에 공동 대응하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위 ‘범죄자’들은 그 단체의 구성원들이다. 그 단체는 세월호, 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합의, 방송법 개악, 용산참사 등의 사안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태도를 보인 각 정당 공천 후보자 35명을 선정했다. 온라인에 이들을 공개한 후, 온라인 참여자들의 투표를 통해 ‘최악의 후보 10’을 추렸다. 선정 후보들은 오세훈, 윤상현, 황우여, 이노근, 김을동, 나경원, 김석기, 최경환, 김진태, 김성태 후보였다. 이들이 왜 선정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위 ‘범죄자’들의 판결문을 참조하시라. 재판부는 ‘범죄자’들의 발언을 빌려 이들이 선정된 이유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공개해 두었다.

아무튼 그 단체 회원들은 선정된 후보자들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판결문 그대로)를 했고, 그 집회에서 확성기를 써서 발언을 했으며, 후보자에게 부정적인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었다. 그런데 하필 그 집회가 개최된 시점이 법률로 금지된 기간이었단다. 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기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집회를 하면 범죄자가 된다. 또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피켓을 들거나 선전물을 만들어도 범죄자가 된다. 또 법이 정한 연설·대담 장소가 아닌 곳에서 확성기를 써도 범죄자가 된다.

그리하여 그 단체 회원 22명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선거 때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우리 모두는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다. 아니 수십년간 이 나라의 시민들은 선거 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표현을 하고 행동을 하면 범죄자가 되는 신분으로 살아왔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21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런데 이런 헌법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되면 주권자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사라진다. 정당과 정치인, 특히 이 괴상한 선거법을 수정할 의사가 없는 입법자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표현하고 활동해도 되지만, 시민들은 그 행위를 하면 곧바로 범죄자가 된다. 그런 체제에서 주권자를 위한 선거는 존재할 수 없다.

지난겨울 시민들은 국회의원을 네번이나 하고 결국 대통령까지 된 전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면서 자문했다. 그가 선거를 다섯번이나 할 동안 우린 왜 몰랐을까? 그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 중 어떤 것은 십년 혹은 그 이상 묵은 것들인데, 어쩌면 이토록 모르게 되었을까? 그 해답 중 하나는, 선거 때만 되면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이 체제를 우리가 단 한번도 바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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