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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지옥이 된 일터 / 최원형

등록 2017-12-20 17:42수정 2017-12-20 19:06

지난 11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직장갑질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민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등 노동단체들로 이뤄진 ''직장갑질 119''는 전국 직장인 710명을 상대로 1주일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11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직장갑질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민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등 노동단체들로 이뤄진 ''직장갑질 119''는 전국 직장인 710명을 상대로 1주일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언젠가부터 ‘퇴사’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에는 꿈을 펼치기 위해 새롭게 도전한다는 식의 감성이 주로 담겼다. 그러나 요샌 처절한 이야기들이 담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지옥이 된 일터’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만화가 김보통의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문학동네)에서 지은이는 “대기업에 들어가야 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아버지의 소원에 따라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 수많은 부조리와 불합리를 평범함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악몽’을 견뎌낼 수 없었다고 한다. 일상이 된 과로, 얼차려 같은 회식, 폭력적인 조직문화 등 그가 겪은 일터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평범’한 현실이다. 지은이는 ‘꿈을 찾아서’가 아니라 ‘불행하지 않기 위해’ 4년 만에 온 힘을 다해 그곳에서 도망쳤다. 일본 작가가 쓴 <“죽을 만큼 힘들면 회사 그만두지그래”가 안 되는 이유>(한겨레출판) 역시 같은 계통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과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뻔했던 디자이너의 경험과 현직 의사의 상담 내용을 담았다.

‘지옥이 된 일터’에 대한 경고등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울리고 있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발표를 보면, 직장인 73.7%가 최근 1년 동안 직장에서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적대적, 위협적, 모욕적 업무환경이 조성되는 경험을 한 차례 이상 겪었다고 한다.

공화주의 정치철학자 필립 페팃은 ‘눈동자 테스트’라는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때 움츠러들거나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는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두려움 없이 서로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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