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보신판이 나온 <도올의 교육입국론>은 철학자 도올 김용옥의 교육철학을 압축해놓은 책이다. 새로 쓴 ‘나의 교육신념’에서 도올은 우리 전통문화가 강조해온 네 가지 주요 덕목, 곧 인의예지를 교육 목표로 제시한다. 첫째, 인(仁)은 ‘윤리적 판단력을 포함하는 심미적 감수성’을 뜻한다. 교육은 이성적 사유능력만이 아니라 심미적 감수성을 배양해야 한다. 둘째, 의(義)는 사회적 정의감을 뜻한다. 정의가 무엇인지 논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인간은 무엇이 정의인지 불의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정의감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이다. 셋째, 예(禮)는 사회적 질서감이다. 교육은 ‘대의를 구현하기 위해 소아를 버릴 줄 아는 사양지심’을 북돋워야 한다. 넷째, 지(智)는 과학적 진리의 인식과 존중이다. 이 네 가지 덕목에 더해 도올은 ‘시민의 책임감’을 덧붙인다. 우리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며, 그러자면 인의예지와 함께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반드시 키워주어야 한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바로 이 미래의 시민에게 필요한 공통교양, 곧 언어·과학·역사·수학·문학의 공통문법 습득을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공통문법을 익혀가는 과정에서 일정한 ‘강제성’과 ‘주입식’은 불가피하다. 이런 관점에 따라 도올은 ‘디시플린’(discipline)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다. 우리말의 규율·수련을 뜻하는 디시플린은 퇴계의 경(敬, 집중·전념)이나 율곡의 입지(뜻을 세움)와 다르지 않다. ‘공부’의 본디 뜻이기도 하다. 도올의 이런 관점은 ‘김상곤 교육부’가 추진하는 고등학교 학점제와 선택형 수업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시민의 공통문법 습득에 주력해야 할 고등학교 교육을 개방적 장에만 맡겨두는 것은 국민교육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도올의 교육론은 진보적 교육자들의 관점과 다른 점이 있는 만큼 오히려 숙독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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