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베스파시아누스(9~79)는 네로의 자살 등으로 혼란스럽던 로마를 수습하고 황제 자리에까지 올랐다. 거덜난 제국의 살림을 복구하는 것이 황제가 된 그의 중요한 과제였는데, 이를 위해 벌인 여러 정책 가운데 ‘오줌에도 세금을 매겼다’는 것이 특히 유명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시 양모업자들은 공중화장실에 모인 오줌을 가져다 양털을 세탁하고 표백했는데, 여기에다 세금을 물린 것이다. 아들인 티투스가 “오줌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자, 베스파시아누스는 그의 코에 동전을 들이밀며 “(오줌) 냄새가 나느냐”고 물었다. 이 일화로부터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는 라틴어 격언이 나왔다.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1858~1918)은 <돈의 철학>(길)에서 “돈은 모든 개별적인 사용을 초월하며, 절대적 수단으로서 모든 가치의 가능성을 모든 가능성의 가치로서 실현한다”고 말했다. 돈은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곧 무차별적이고 무특성적인 존재이며, 그래야 거래 수단으로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애초 단순한 수단이자 거래의 전제조건이었던 돈은 점차 인간의 삶 속에서 ‘최종 목적’으로서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신’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짧은 대목이지만, 과거 로마의 해방노예나 유대인 등 “이미 주어진 사회적 지위 때문에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온갖 목표들이 처음부터 봉쇄된 계급들”이 특히 ‘돈 버는 일’에 몰두해왔다는 지적이 인상적이다. 어째 “기성세대가 해온 부동산·주식 투자는 되고, 우리의 희망과 같은 가상화폐 투자는 왜 안 되냐”고 부르짖는 최근 일부 청년세대의 모습도 떠오른다. 사실 돈에서는 정말로 냄새가 난다. 다만 그 ‘돈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건 오직 극소수라는 사실이 언제나 애석할 따름이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