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스타 피디와 ‘개호이직’ / 김영희

등록 2018-01-24 18:05수정 2018-01-24 19:37

35년간 일본 대중음악계 ‘마이다스의 손’이었던 고무로 데쓰야. 고무라 데쓰야 트위터 캡처
35년간 일본 대중음악계 ‘마이다스의 손’이었던 고무로 데쓰야. 고무라 데쓰야 트위터 캡처
초고령사회 일본에선 몇해 전부터 가족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개호이직’(介護離職)이 큰 사회문제다. 총무성에 따르면 그 규모가 매해 1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우울증 등을 겪을 뿐 아니라 사회취약계층으로 전락한다는 조사도 있다. 아베 정부가 지난해 간병휴직 대상·기간을 늘리고, 입주 간병인 증원에 나선 것도 이런 심각성 때문이다.

지난주 스타 프로듀서 고무로 데쓰야의 급작스런 은퇴 선언이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아무로 나미에를 비롯한 이른바 ‘고무로 사단’이 일본 음악계를 평정했고, 전성기이던 1990년대엔 그 자신 전체 납세자 4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인기 가수였던 그의 아내 게이코는 2011년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진 후유증으로 기억력을 점점 잃고 대화도 짧아지게 됐다. 음악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상실한 아내는 초등 4학년용 한자 맞추기가 가장 큰 낙이라고 그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고무로 자신도 몇년 전 C형간염에 걸려 한쪽 청력을 거의 잃은 상태라며, 프로듀서로서의 일과 아내 돌봄 사이에서 지쳐왔다고 털어놨다.

35년 음악인생을 접고 아내에게만 전념하겠다는 선언은 사실 외도에 대한 ‘변명’일 수 있다. 한 잡지는 그가 집안을 드나들던 간호사와 최근 밀회관계라고 폭로했다. 고무로는 “5년 전부터 남성 기능을 상실했다”는 말까지 하며 남녀관계를 부인하면서도 간호사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한 점은 인정했다.

그런데 일본에선 외려 보도를 향한 비난이 더 큰 모양새다. 외도 문제와 별개로, 슈퍼스타의 고백이 가족 간병의 짐을 개인에게 지우는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노인층 급증을 따라잡지 못하는 복지시스템도 문제지만 ‘가족이 아프면 아내, 남편, 자식이 맡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일본엔 뿌리깊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사회인 우리, 남의 얘기 같지만은 않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