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일본 대중음악계 ‘마이다스의 손’이었던 고무로 데쓰야. 고무라 데쓰야 트위터 캡처
초고령사회 일본에선 몇해 전부터 가족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개호이직’(介護離職)이 큰 사회문제다. 총무성에 따르면 그 규모가 매해 1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우울증 등을 겪을 뿐 아니라 사회취약계층으로 전락한다는 조사도 있다. 아베 정부가 지난해 간병휴직 대상·기간을 늘리고, 입주 간병인 증원에 나선 것도 이런 심각성 때문이다.
지난주 스타 프로듀서 고무로 데쓰야의 급작스런 은퇴 선언이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아무로 나미에를 비롯한 이른바 ‘고무로 사단’이 일본 음악계를 평정했고, 전성기이던 1990년대엔 그 자신 전체 납세자 4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인기 가수였던 그의 아내 게이코는 2011년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진 후유증으로 기억력을 점점 잃고 대화도 짧아지게 됐다. 음악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상실한 아내는 초등 4학년용 한자 맞추기가 가장 큰 낙이라고 그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고무로 자신도 몇년 전 C형간염에 걸려 한쪽 청력을 거의 잃은 상태라며, 프로듀서로서의 일과 아내 돌봄 사이에서 지쳐왔다고 털어놨다.
35년 음악인생을 접고 아내에게만 전념하겠다는 선언은 사실 외도에 대한 ‘변명’일 수 있다. 한 잡지는 그가 집안을 드나들던 간호사와 최근 밀회관계라고 폭로했다. 고무로는 “5년 전부터 남성 기능을 상실했다”는 말까지 하며 남녀관계를 부인하면서도 간호사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한 점은 인정했다.
그런데 일본에선 외려 보도를 향한 비난이 더 큰 모양새다. 외도 문제와 별개로, 슈퍼스타의 고백이 가족 간병의 짐을 개인에게 지우는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노인층 급증을 따라잡지 못하는 복지시스템도 문제지만 ‘가족이 아프면 아내, 남편, 자식이 맡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일본엔 뿌리깊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사회인 우리, 남의 얘기 같지만은 않다.
김영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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