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내일이면 평창올림픽의 막이 오른다. 지난 한달 동안 빨리 올림픽이 시작됐으면 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갑작스레 참가하기로 하면서 곳곳이 싸움판이기 때문이다. 남북 단일팀으로 시끄럽더니, 한반도기 입장, 인공기 게양, 대북제재 위반 소지 등 북한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치화되었다. 올림픽과 같은 큰 국제행사의 부작용 또한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손님을 잔뜩 모셔놓고 주최국 당사자끼리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마뜩잖다.
보수세력은 북한의 ‘평화공세’에 남한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북한은 믿을 수 없는 불순세력이기에 협상이나 대화는 가능하지 않다. 그들은 북한이 대화와 평화를 들먹거리면서 곧 더 큰 위협을 가해 올 것이라고 믿는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거치면서 북한을 더욱 혐오하게 된 이들은 이제 스스럼없이 전쟁을 말하기까지 한다.
사실 진보세력 또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환영하면서도 북한의 ‘평화공세’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는 매한가지다. 북한과의 대화는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북한인 이상 그들을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진보세력 상당수는 과거 북한과 교류를 통해 남북 간 차이를 절감한 바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북한의 대화 제의 이면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즉,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수나 진보 모두 대화와 평화를 제안하는 북한의 행동을 ‘공세’로 보고, 이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지금까지 우리가 내민 손을 그들 또한 ‘평화공세’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아무리 우리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존공영’하는 평화로운 관계를 지향한다고 천명해도, 북한에는 ‘평화’라는 외피를 쓴 채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하는 제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나 군사력의 우위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북한이 상시적으로 느끼는 위협감과 두려움은 북한의 ‘평화공세’에 대한 남한 사회의 불신과는 전혀 다른 차원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북한은 유례없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생존의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은 온갖 위협적인 언어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으며, 오랜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도 예전만 못하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북한의 두려움은 깊어간다. 우리에게는 ‘평화’지만 그들에게는 ‘체제 위협’인 경우가 많고, 반대로 그들에게는 ‘대화’지만 우리에게는 ‘공세’인 상황도 있다. 하긴 남북 대치 상황에서 무엇이든 상대방을 향한 적대적 ‘공세’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평화공세’와 그 대응의 유불리를 따지기에는 지금 한반도의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다는 사실이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몇몇 올림픽 참가국이 한국에 오는 것을 망설일 정도로 전쟁 위험이 고조된 바 있다. 게다가 더욱 강경해진 미국의 최근 행보 또한 불안하다. 평창올림픽이라는 ‘행사’는 곧 끝날 것이고,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그 모든 갈등과 위협은 다시금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평화공세’에 움츠릴 것이 아니라, 이 국면을 적극 활용하는 것일 게다. 상황은 너무나도 절박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내고 평화에 다다를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시도라도 상관없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한낱 ‘공세’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