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승한 임효준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앞니로 살짝 물어보는 ‘금메달 깨물기’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 11일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임효준도 이 세리머니를 했다.
금메달 깨물기 세리머니의 유래는 확실한 정설이 없다. 금메달 획득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깨물어본다는 우스갯소리부터, 인상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에서 시작됐다는 추정, 오래된 ‘금 판별법’에서 비롯됐다는 추론까지 있다. 금은 다른 금속보다 약해 이로 물면 자국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금빛을 띠고 있으나 대부분의 재료는 순은이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때까지는 순금 메달을 수여했으나, 그 뒤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제작 방식을 바꿨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르면 금메달과 은메달은 순은(순도 99.9%)으로 제작하고 금메달은 여기에 순금 6g 이상을 도금한다. 동메달은 구리와 아연으로 만든다. 평창올림픽 금메달의 무게는 586g으로, 14일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은 580g 38만9천원, 금 6g 27만7천원을 합해 66만6천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평창올림픽 금·은·동메달의 의미’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 1개를 획득함으로써 발생하는 무형의 경제적 가치가 최소 1760억원에서 최대 26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2000년 이후 겨울올림픽이 개최된 연도의 평년 대비 소비 증가율, 소비의 생산 유발 효과, 올림픽 기간, 개최국 프리미엄, 국제올림픽위원회 자료 등을 바탕으로 모델을 만들어 계산했다. 다만 분석의 편의를 위해 금·은·동메달이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가정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 증가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160억~710억원, 올림픽 경기 중 노출되는 광고를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120억~200억원,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가 1480억~1720억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물론 메달에 담긴 가장 큰 가치는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정직한 땀, 그리고 순수한 열정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설 연휴 기간인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 우리 선수들이 메달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연휴 첫날인 15일 오전 스켈레톤의 윤성빈을 시작으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의 이승훈(15일), 쇼트트랙 여자 1500m의 최민정·심석희·김아랑(1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의 임효준·황대헌·서이라(17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의 이상화·박승희·김현영(18일) 등이 잇따라 출전한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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