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팀 선임기자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1차 고위급회의가 7~9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렸다. 내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막이 오른 셈이다. 2014년 4월 9차 협정이 국회를 통과할 때 ‘10차부터는 협정의 국회 제출을 정부의 예산안 제출 이전에 해달라’는 부대의견이 달렸던 사실이 존중된다면, 이번 한-미 간 협상은 늦어도 9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다. 정부 대표단은 1차 고위급회의를 다녀온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을 예고했다. 사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셀 것이란 예상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진작부터 한국 등을 ‘안보 무임승차’ 국가로 지목하고 방위비 증액 압박을 해왔다. 불과 며칠 전에는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대놓고 겨냥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언제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는가. 미국의 증액 압력은 늘 상수였으니, 그걸 면죄부로 삼을 순 없다. 지난 9차 협상에서는 현물지원 원칙을 훼손하는 이면합의를 해준 것이 드러났다. 주한미군의 군사 건설을 돈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시설을 지어 현물로 제공하는 현물지원 원칙은, 과거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쓰지 않고 쌓아놓은 채 돈놀이까지 하며 평택기지 이전사업비로 전용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지난번 협상 때 미군의 특수정보시설(SCIF) 건설에 현금지원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이 원칙을 무너뜨리고 이런 사실을 비공개 처리한 것이다. 이번 협상팀은 투명한 협상을 약속하고 있으니,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번 협상에서 관철해야 할 것 중엔 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쓰지 않고 쌓아놓았던 적립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의 환수가 빠질 수 없다. 주한미군은 2002년부터 방위비분담금을 쌓아두기 시작해, 2000년대 후반엔 적립금이 1조원을 넘었다. 현재도 2016년 말 기준으로 3331억원이 남아 있다. 주한미군은 이 돈을 ‘커뮤니티 뱅크’에 예치했고, 커뮤니티 뱅크는 이를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맡겨 굴렸다. 미군이 한국 납세자의 돈으로 돈놀이를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자수익 환수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2014년 6월 미 국방부에 커뮤니티 뱅크의 법적 지위와 그간 발생한 이자 규모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미 국방부는 1년3개월 만인 2015년 9월 답변서를 보내 왔다. ‘이자수익은 주한미군에 귀속되지 않았고 커뮤니티 뱅크 운영비로 썼으니 그냥 잊어달라’는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부는 이를 국회에 보고하면서 이자수익 환수를 포기하고 “차기 협상 과정에서 방위비분담금 총액 규모에 합리적으로 반영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 회피의 냄새가 짙게 나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다. 이전 정부의 일이라고 허투루 넘긴다면, 그건 또 다른 정부 불신의 씨앗이 될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자 규모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발뺌했으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이 법원 등에서 얻은 자료로 산정한 이자수익은 2006~2007년 2년 동안에만 566억원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상대가 있으니, 우리 뜻대로만 되기도 어렵다. 그러나 원칙의 문제는 다르다. 잘잘못을 짚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추인해주는 관행은 국가 품격의 문제다. 이번엔 다른 협상을 기대한다.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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