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 거라고 칩시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겁니까?” 얼마 전 한 보수 논객이 나에게 당당하게 물었다. 사인으로서 대통령이 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들, 그게 왜 공인으로서 불법이 되냐는 논리였다. 너무 태연자약해서 놀랐다. 공개적으로 대답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최순실과 30년형을 구형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먼저 호출해야만 한다. 박근혜·최순실 재판에서 그와 비슷한 변론이 줄곧 사용됐기 때문이다. 삼성의 승마 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 관련해 최순실은 “대통령의 지갑에 천원도 안 들어갔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법원에 항변했다. 대통령이 말을 타는 것도 아니니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관없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정했으니 자신과 상관없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재단 출연금 강요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변이 동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쪽은 아예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상관없는’ 혐의의 피고인 최순실과의 재판 분리를 요청했다. 기업이 금전적 이익을 제공할 때 염두에 둔 최종 목표지가 어디였느냐가 관건이었다. 그게 대통령이었다면 뇌물과 직권남용 죄목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명목상 박근혜와 최순실은 서로 다른 인격체다. 최순실이 기업으로부터 취한 이득과 대통령이 기업에 행사한 압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법정의 공방은 아주 오랜 기간 한국 정치에서 ‘문고리’ 역할을 하는 배달부들이 권력의 핵심부를 차지했던 이유를 드러냈다. 배달부는 뇌물의 입력 경로와 대가의 출력 경로를 분리해준다. 정치인의 법적 책임을 분산시켜주는 대신,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권력의 일부를 나눠 갖는다. 과거에는 그들이 재단 출연금이나 기업 발주금 대신 현금이 담긴 사과상자를 받았고, 말썽이 일어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 권력은 그렇게 태풍이 지나가도 살아남았다. 검찰은 박근혜와 최순실을 같은 몸통으로 보았고 자비 없이 둘 모두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배달부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듯하다. 그런데 배달 경로가 정부 바깥의 민간에 있고, 배달부가 ‘사람’이 아닌 ‘법인’이면 상황이 달라지는 걸까?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회사라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소송비 대납과 비비케이(BBK) 횡령금 140억원 환수 등으로 취한 금전적 이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와 똑같이 뇌물 및 직권남용이어야 한다. 다스가 사람이 아닌 회사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죄목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면, 유력 정치인들은 유혹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는 셈이다. 법인 설립은 정치권력에게 21세기형 사과상자로 자리잡을 게 틀림없다. 더 이상 탐욕스럽고 신뢰하기 어려운 배달부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무생물이기에 안전한 법인을 가족 혹은 친척 명의로 설립하면 그만이다. 대기업과 로비스트들은 이 법인의 이득을 최대로 만들기 위한 출혈을 경쟁적으로 감수할 것이다. 그 금액은 다스의 경우처럼 사과상자에 퍼담을 수 없는 규모가 되겠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명목상 소유주는 정치인이 아닐 테고, 무생물인 법인에 어떻게 그런 이익을 취했냐고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다스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법인이 된 최순실’이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합법적인 최순실’이 된다. 장담하건대 널리 애용될 터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