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 곤잘레스가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미국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은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사건 이후 수없이 일어난 비극 중 하나에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이 보여주듯, 이번엔 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핵심 동력이 더글러스고 생존 학생들의 ‘네버 어게인’ 운동이다.
사건 이틀 뒤인 2월16일 ‘네버 어게인’(다시는 안 된다)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등장했다. 캐머런 캐스키 등 3명이 시작해, 워싱턴 집회 ‘6분20초’ 연설의 주인공 에마 곤잘레스 등 20여명으로 주요 활동가가 확대됐다. 이들이 사건 엿새 뒤 조직한 ‘버스투어’는 분수령이었다. 학생 100명이 7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플로리다 주도에 도착해 정치인들과 전미총기협회 집행부를 조별로 면담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가해자의 신상에 집중되던 언론 보도의 물길이 바뀌었다. 이들뿐 아니다. 새달 20일 콜럼바인고 사건 19주기를 맞아 전국에 학교 밖 ‘워크아웃’ 시위를 조직 중인 이는 코네티컷주에 사는 15살 소녀 레인 머독이다. 거센 바람을 일으킨 ‘#미넥스트?’(다음은 나인가?)를 처음 에스엔에스에 올린 이는 뉴욕의 16살 소녀 바이올렛 매시베러커다. 미시간주에선 캘러머주 센트럴고 학생들이 ‘어른들이 하지 않기에 학생들은 총과 싸운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네버 어게인’ 운동 세대라 부를 만한 이들은 온라인에 갇히지 않고 현실을 바꾸고 있다. 최근 플로리다 주의회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몇몇 총기규제 강화 조항을 담은 ‘더글러스 고교 법’을 통과시켰다. 델타, 시만텍 등 기업들은 전미총기협회 회원의 할인 혜택 등을 금지했다. 일부 총기찬성론자들은 “생존자가 아니라 돈을 받고 나온 배우”라는 가짜뉴스부터 “희생된 친구들을 정치투쟁에 이용한다” 같은 공격을 퍼뜨리지만, 이들은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세월호 세대가 그랬듯.
김영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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