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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세 정당 이야기 / 김남일

등록 2018-04-10 18:20수정 2018-04-11 14:04

김남일
정치팀 기자

버려진 여의도에 꽃은 피었다. 6·13 지방선거는 두 달 남짓인데 유권자 관심은 국회 담장 밖 윤중로 벚꽃에서 멈춘다. 여의도식 벚꽃엔딩이다.

불행한 정당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할까. 볼테르의 신성로마제국 촌평을 따르자면, 자유한국당은 자유롭지도 않고, 한국도 아니며, 공당도 아닌 상황이다. 얼마 전부터 가죽점퍼를 입는 홍준표 사단장 아래에서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만연하고, 티케이(TK)로의 축소지향은 노골적이고, 사당화 징후는 뚜렷하다. 홍 대표는 그런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더 이상 우리 당을 폄하하지 말아달라. 근거 없는 비난 대신 팩트로 비판하라”고 했다. 홍 대표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다. 본인만 빼고는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다만 지방선거 이후에도 홍 대표는 당과 함께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긴다”, “보수우파는 반드시 결집한다”, “예지력에 바탕한 직관을 중시한다”. 홍 대표의 주술이 잦아지고 있다. 정당의 불행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바른미래당은 당을 합치고도 아직 서먹하다. 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모두 최종 목표는 차기 대선이다. 상당한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혼자’라면 그에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인정하는 진리다. ‘손 왜 잡았어?/ 손이 거기 있어서./ 내가 먼저 잡으려고 했는데./ 어느 세월에?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데.’ 동명의 드라마 속 대사처럼 정치도 타이밍이다. 누가 먼저 내밀었든 뿌리치지 않고 깍지끼면 ‘우리 오늘부터 1일’인 셈이다.

정치 오래 한 유승민도, 타이밍 놓칠 때마다 중랑천변을 내달린 안철수도 모를 리 없건만 데면데면하다. 한자릿수 당 지지율은 도통 반등 기미가 없다. 제3당, 제4당의 운명이 어떠한지는 두 사람이 누구보다 잘 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함께할 수 있을까. 오만과 편견을 버리라는 충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야당의 불행은 저마다인데 여당의 행복도 청와대의 그것을 닮지 못하는 것은 이상하다. 어쩌면 더불어민주당에는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 아닐까. 당 지지율은 50%에 육박하고, 청와대는 여당을 패싱하고, 사람들은 그걸 걱정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을 가볍게 내려다본다. 권력기관 개혁도, 31년 만의 개헌도 여야 협상에 앞서 청와대가 먼저 발표하고 나섰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로비성 출장 논란도 마찬가지다. 적극 방어하든지 그게 아니면 여론이라도 살펴야 할 여당의 역할은 청와대의 정면돌파 사인이 나올 때까지 보이지 않았다. 야당이 “민주당 비키고 청와대 나와라”를 외치게 만든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좀 더 차분하게 말했다면 귀담아듣는 사람이 많았을지 모르겠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대신 차라리 마네킹과 협상하는 게 낫다”는 말에 여권에서도 ‘그럴 만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당은 자신이 가진 권한을 야당에 입증해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새누리당 시절 지지율 40%대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통령 인기를 따라가는 신기루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대통령 지지율도 언젠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청와대도 그걸 아는데 여당은 청와대만 안다. 우리 모두는 천국을 향해 가고자 했으나 우리 모두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잘 쓴 소설의 첫 문장은 나머지 수백쪽을 견디게 한다. 버려진 여의도에 꽃이 피었다. 얼마 있으면 20대 후반기 국회가 시작한다.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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